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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영권 방어 성공한 조원태, 진짜 승부는 경영 정상화다

입력 : 
2020-03-30 0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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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27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하며 경영권을 지켰다. 코로나19 사태로 대한항공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그 와중에 불거진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그룹 임직원과 주주들을 불안하고 화나게 만들었다. 위기 극복을 위해 경영안정이 필요하며 조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이 책임을 다하라는 것이 주총에서 확인된 주주들의 명령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연기금과 대한항공 사우회 등이 현 경영진 편에 섰다.

조 회장은 29일 담화문에서 "국민과 주주 여러분이 보내준 신뢰는 이 위기를 잘 극복하라고 준 기회임을 다시 한번 명심하겠다"고 말했다. 경영권을 방어하느라 힘이 들었겠지만 지금 그 앞에는 그에 비할 수 없이 크고 험한 경영 정상화란 산이 버티고 서 있다.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국제선 운항 횟수가 90% 감소하고 보유 여객기 145대 중 100여 대가 공항에 가만히 세워져 있다. 고정비용이 큰 항공산업은 영업이 축소돼도 비용은 잘 줄지 않는다. 증권업계에선 상반기 중 항공사 보유 현금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한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 송현동 용지,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을 연내 매각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계획이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할 것이다.

조 회장은 다시 창업하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그의 조부는 항공 비즈니스의 개척자이고 부친은 대한항공을 글로벌 항공사로 키웠다. 선대 업적에 비해 조 회장 형제들이 지금까지 보인 행태는 여러 가지로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조 회장은 정부 지원 확대를 호소했는데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는 자구노력, 경영 능력과 열정, 임직원과의 화합을 먼저 증명해야 한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반대세력들 역시 회사를 자멸로 이끌 수 있는 분란 조성은 자제하는 게 마땅하다. 지금은 대한항공을 살리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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