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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학종 투명성 개선 필요하지만 내신경쟁 과열 불러와선 안돼

입력 : 
2019-09-27 0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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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종합전형(학종) 제도 개선을 위해 정부가 긴급 실태조사 및 감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10월 말까지 학종 선발 비중이 높은 전국 13개 대학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26일 "학생부 비교과 영역 폐지 등 가능한 모든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성 확보가 어려운 비교과 영역을 아예 없앨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투명성은 높아지겠지만 사실상 학종이 내신 평가로 단순화되면서 내신 경쟁 과열로 이어질 수 있다.

학종전형은 크게 교과 영역과 비교과 영역으로 구분된다. 교과 영역은 교과 성적을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전형으로 과목별 점수·등급 외에 성적 추이, 진로 연관 과목 성적 등을 살핀다. 순수하게 내신 성적만으로 평가하는 학생부교과전형과 차이가 있지만 교과 성적을 잘 받아야 유리하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 비교과 영역은 학생부, 자기소개서 등의 서류를 통해 리더십, 성실성, 인성 등 다양한 능력을 평가한다. 평가의 객관화가 어려운 데다 부모의 경제력, 인맥이 작용할 여지가 커 불신을 받고 있다. 문제는 비교과 영역을 폐지할 경우 교과 영역만 남게 돼 학종전형과 학생부교과전형 간 차별성이 미미해진다는 것이다. 교과 성적이 대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지면서 '지옥' 소리를 듣는 내신 경쟁이 더 격화될 것이다. 벌써부터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는 특목고, 자사고 인기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학종전형의 목적은 성적 외 다면적 평가로 창의적 인재를 뽑는 데 있다. 비교과 영역을 폐지하면 이 취지를 살리기 어려워진다. 어차피 성적 위주로 선발할 것이라면 차라리 수시 비중을 줄이고 정시 비중을 높이는 것이 공정성 제고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정시는 시험 한 번에 인생이 좌우되는 문제가 있지만 고교 3년을 각박한 경쟁 속에서 보내야 하는 내신 중심 교육보다 긍정적 측면도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문제만 생각할 게 아니라 교육의 본질을 따져 최소 몇십 년은 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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