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또 ‘거리정치’

이용욱 기자

‘재계 주도 서명 동참’…입법 진정성인가, 총선용 정략인가

‘대통령의 거리정치’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8일 경제단체 주도 거리 서명운동에 동참(사진)한 것이 도화선이다. 민간단체 운동에 힘을 보탠 형식이지만, 국회와 야당 압박·심판을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효과를 겨냥한 것이다. 그것도 총선을 불과 석 달 남짓 앞둔 시점에서다.

청와대는 ‘입법 진정성’이라고 설명했지만, 총선을 염두에 둔 정략적인 ‘거리정치’를 폈다는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 대의 민주정치 제도를 무력화시키고, 공공연히 국민을 동원하려 한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위상·직무와는 거리가 있는 선동적인 카드다.

박 대통령 또 ‘거리정치’

박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도 거듭 논란을 점화시켰다.

박 대통령은 서명운동을 재차 언급하며 “그동안 중소기업, 대기업을 막론하고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 법안을 하루속히 통과시켜 달라고 수없이 국회에 호소했지만 계속해서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계속 국민들이 국회로부터 외면을 당한다면 지금처럼 국민들이 나설 수밖에 없을 텐데 이것을 지켜봐야 하는 저 역시 너무도 안타깝고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오죽하면 엄동설한에 경제인과 국민이 거리로 나섰겠는가. 우리 경제와 일자리의 위기가 몰려올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절박하게 느끼는 분들이 현장에 있는 경제인과 청년”이라고 거듭 ‘국민’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정부부처 업무보고 때도 “오죽하면 국민들이 나서겠느냐”고 했지만, 이날은 ‘경제인과 국민’이라고 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 주도 서명운동을 ‘국민의 자발적 운동’으로 바꿨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경제인을 추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거리정치’ 논란을 키웠다. 서명운동과 총선 심판론을 보다 직접적으로 연계시키는 듯한 언급을 하면서다. 서명운동을 거론하면서 “계속 국민들이 국회로부터 외면을 당한다면 지금처럼 국민들이 나설 수밖에 없을 텐데…”라는 것이다. 국민들이 서명운동을 벌일 정도로 절박한 법안을 외면하는 정치인은 4월 총선에서 심판받아 마땅하다는 시사다.

박 대통령은 전날 업무보고 때 서명운동을 거론하면서 “국회가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니까 국민들이 나서서 그것을 바로잡으려는 것”이라고 했고, 지난 13일 대국민담화에선 “국민이 나서달라”고 했다. 결국 일련의 발언들을 종합하면 박 대통령 메시지는 “국민이 나서서 야당을 심판해달라”로 집약된다. 국회 관련 발언을 할 때마다 ‘야권 심판론’ 논란을 불렀음에도 박 대통령이 발언 수위를 높이는 것은 ‘낙인찍기’ ‘각인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실 박 대통령의 거리정치는 낯설지도 않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행보들은 과거 야당인 한나라당 대표 시절을 연상시킨다는 풀이도 있다. 2005년 12월 열린우리당이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하자 당시 한나라당 대표인 박 대통령은 53일간 장외투쟁을 벌였다. 오랜 국회 파행 끝에 원안보다 후퇴한 사학법 재개정안을 관철시켰다. 밖으로부터의 투쟁으로 국회를 압박한 기억이 장외 서명운동 참여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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