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부실 커지는데 "판촉협력 안하냐" 대우조선 망친 산은카르텔

[the300]수주확대 지시하고도 검증은 손놔..외려 "KDB다이렉트 가입적다" 질타

정영일, 우경희 기자 l 2016.06.13 05:51
8일 오후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나르고 있다. 2016.6.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우조선해양이 만신창이가 되는 과정에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관리소홀이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매년 경영관리 평가에서 부실의 뇌관이 된 해양플랜트 사업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물론 한창 곪아가던 시기에 사업 확대를 주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 관리는 소홀히 하면서도 산업은행의 금융상품 가입에 협조하지 않는다며 질책하는 등 '자기 밥그룻'을 챙기는데만 집중했다. 

12일 머니투데이 더(the)300이 단독 입수한 산업은행 기업금융4실의 대우조선 경영관리 협력도 평가보고서(2010~2014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매년 대우조선 경영관리 평가를 실시하면서도 2010~2013년 부실수주가 집중된 해양플랜트에 대해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되레 이 기간 경영전략 차원에서 대우조선의 해양플랜트 수주 확대를 종용했다. 2012년 1월 경영컨설팅을 통해 "조선에서 해양으로 사업중심이 이동함에 따라 전사 측면의 생산자원 분배 최적화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해양플랜트 사업확대를 주문한 것이다.

그러나 대우조선의 해양플랜트 부실은 이때 이미 시작돼 있었다. 대우조선에 약 1조원 이상의 손실을 안긴 노르웨이 송가프로젝트가 수주된 시점이 2011년이다. 대우조선은 대규모 수주에 급급해 '고정가격' 계약을 체결하면서 원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그대로 떠안았다.

산업은행의 지시 아래 대우조선은 해양플랜트 수주에 더 몰두했다. 2012년 한 해 수주량만 14척, 104억7000만달러에 달했다. 같은해 삼성중공업은 12척, 84억6000만달러어치를 수주했고, 국내 조선사 중 가장 규모가 큰 현대중공업은 7척, 28억7000만달러어치를 수주하는데 그쳤다.

경쟁사들이 해양플랜트의 위기를 감지하고 수주목표를 줄였던 2013년에도 대우조선은 오히려 목표를 늘려잡았다. 대우조선이 2013년 1월 만든 업무현황을 보면 그해 해양플랜트 수주목표는 90억달러로 같은 해 현대중공업의 60억달러에 비해 50%나 많다.

부실을 품은 해양플랜트 수주 랠리에도 불구하고 대주주이면서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할 산업은행은 수주의 질을 검증하지 않았다. 2010년~2013년 경영관리 평가에서 해양플랜트 수주 문제는 단 한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 자사의 금융상품 영업에 공을 들였다. 산업은행은 2011년 평가보고서에서 "KDB 다이렉트 예금 등 중점 마케팅 상품 가입자가 1만2097명(2011년 말) 종업원 수 대비 420여건(3.47%)에 불과하다"며 "상품 가입요청에 대한 협조가 미흡하다"고 질책했다. 산업은행을 통한 대우조선의 현금수신과 외국환거래, 퇴직연금 실적은 '당행 영업기반 확대 기여도' 항목으로 매년 등급을 매겨가며 관리했다.

해양플랜트 부실이 경영관리 보고서에 처음 언급된 것은 이미 부실수주가 대대적 이슈가 되고 난 지난해(2014년분)였다. 산업은행은 "설계미숙 및 관리부실로 해양플랜트 인도가 지연돼 재고자산과 선급금이 급증했다"며 "미경험에 따른 관리 부실과 임원 고령화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내내 금융상품 영업에만 관심을 두다가 문제가 터지자 대우조선의 구조적 문제를 탓한 셈이다.

대우조선은 산은의 2014년 보고서가 나온지 6개월만에 3조원여의 손실 폭탄을 맞았다. 대우조선 한 전직 임원은 "산업은행은 경영진단보다는 CFO(최고재무책임자) 한두명 더 내보내기나 배당금을 어떻게 더 받을지에 혈안이었다"며 "진단을 할 능력도 의지도 없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1978년 대우조선 창립 초기 지분을 출자하며 인연을 맺었다. IMF경제위기 이후 대우그룹이 무너지는 과정에서 대우조선 출자전환에 참여하며 지분 41%를 확보,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CFO나 감사 등 대우조선의 주요 직책에 산업은행 출신들이 선임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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