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회장, 불륜 지키려 이혼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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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수장의 낯 뜨거운 고백

여성들 “부끄러움도 없나” 분노

“부인과 합의이혼 어려워 언론 이용”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외도, 혼외 자식 등 개인의 가정사를 적어 언론사에 보낸 편지가 사회적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디지털포럼 2007’에 참석한 최태원(오른쪽) 회장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씨 부부가 한 참석자와 환담을 나누고 있다. © 뉴시스ㆍ여성신문

“기업인 최태원이 아니라 자연인 최태원이 부끄러운 고백을 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12월 26일 연말을 뜨겁게 달군 세간의 화제는 단연 최태원(56) SK그룹 회장의 ‘공개 이혼촉구 서한’이었다. 재계 서열 5위의 대기업 수장이 혼외 자식을 직접 키우고 싶다며, 불륜을 공개하고 배우자에게 공개적으로 이혼을 요구한 것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충격은 크다. 가정도 지키지 못하면서 나라 경제를 책임지겠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다.

사람들은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혼외자의 존재를 언론에 당당히 공개할 수 있는가” “불륜으로 만난 내연녀를 ‘그분’이라고 존칭하며 그에 대한 책임을 지려고 이혼을 요구하다니 제정신인가” “특별사면으로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추한 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나. 도대체 사면은 왜 해주었나. 다시 감옥으로 가라고 욕을 하고 싶은 심정이다” “가정을 지키겠다는 노소영씨와 세 자녀는 다른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언론을 통해 이혼 압력을 넣는 아빠를 보며 무슨 생각이 들까”

최 회장은 편지에서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 대해 “십 년이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다”며 “결혼생활을 더는 지속할 수 없다는 점에 서로 공감하고 이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던 중에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다”고 외도 사실을 밝혔다.

“수년 전 여름에 그분과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다”는 고백은 더욱 충격을 줬다. 최 회장은 “적어도 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린아이와 아이 엄마를 책임지려고 한다”며 “본인의 불찰이 세상에 알려질까 노심초사하던 마음을 빨리 정리하고 싶다”고 전했다.

본인의 표현대로 ‘불찰’과 ‘큰 잘못’을 공개한 그는 “모든 에너지를 고객, 직원, 주주, 협력업체들과 한국 경제를 위해 온전히 쓰고자 한다”고 마무리했지만, 그의 바람대로 진행되기는 쉽지 않을 모양새다.

심리학자인 김영아 전국 교육연수원 교수는 최 회장의 행동에 대해 “일종의 회피”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본인의 문제를 당사자인 부인과 해결하지 않고, 오히려 당사자를 무시한 채 언론을 끌어와 삼각관계를 만들었다”며 “문제를 정면 돌파하겠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회피하려는 심리”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혼하고 싶은 마음에 당사자인 부인과의 관계를 정상적으로 풀어내지 못한 것”이라며 “말 그대로 정면 돌파라는 이름을 빌린 유아기적인 행동이다. 자기의 판단이 최고의 방법인 양 생각할 뿐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그것이 사회에 미칠 파장을 생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 여성계 인사는 ‘간통죄 폐지’ 이후 “불륜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며 도덕적 불감증과 가정에 대한 무책임이 확산하는 현실을 개탄스러워 했다. “간통죄 폐지가 불륜을 정당화하고 가정을 파괴해도 좋다는 면죄부로 악용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명숙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이번 사건으로 최 회장의 유책성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유책 배우자이기 때문에 노 관장이 합의 이혼에 응하지 않으면 이혼할 방법이 없어서 탈출구가 필요했던 것 같다. 내연녀가 있고, 혼외 자식이 있다는 추문에 가슴 졸이며 살기보다는 본인이 먼저 공개해 한 차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회장은 “특별사면으로 가석방되자마자 부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우롱하듯 개인사를 밝혔다. ‘경제 살리기’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합의를 묵시적으로 인정받은 것임에도 ‘나 이런 사람이다’라고 뻔뻔하게 언론사를 통해 밝힌 것은 충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 지도층 인사가 이렇게 무책임하고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으로 당당해질 수 있다면 일반 국민은 어떻게 되겠느냐”며 “제2, 제3의 최태원이 나올 가능성에 대해 엄한 잣대를 적용하면서 사회적 도덕성과 윤리성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 회장의 ‘그분’으로 지목된 여성은 Y대 음대 출신 미국 시민권을 가진 40대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는 않았다. 



홍미은 기자 (hme1503@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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