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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 생떼 그만 쓰고 비핵화 협상에 당장 나서야

입력 : 
2020-01-13 0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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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1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의 담화를 통해 미국과 한국에 던진 메시지는 미·북, 남북 관계에 앞으로 가야 할 험로를 보여주는 듯해 씁쓸하다. 김계관이 미·북 협상 일선에서 물러난 위치이지만 여전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곁에 있는 데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내용을 공개한 만큼 북한의 치밀하게 계산된 입장 표명이기 때문이다.

김계관은 우선 미국에 제재 완화를 위해 핵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라며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수용해야만 대화에 나서겠다고 못을 박았다. 일부 유엔 제재와 핵시설을 바꾸자고 제안했던 작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와 같은 협상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친서를 직접 받았다는 것부터 밝혔다. 이어 '설레발' '호들갑' '주제 넘은 일' 같은 표현을 써가며 "끼여들었다가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 신세가 되지 않으려거든 자중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모욕적인 얘기까지 했다. "남한은 자중하라"고 직격탄도 날렸다.

김계관의 입을 내세운 북한의 시비에 일일이 응대할 건 아니다. 하지만 미국에 제재 완화를 위해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한 점과 우리에게 미·북 사이 중재자 역할을 말라는 대목은 향후 재개되어야 할 비핵화 협상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 심각하다. 지난해 미·북 회담을 놓고 김 위원장이 나서 '연내 시한'을 설정했다가 해를 넘겨버렸는데 향후 재개 가능성에 기대를 갖지 말라는 엄포 같다. 우리를 중재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도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 던졌던 일방적인 제안과 영 따로 노는 꼴이라 대북정책 재검토를 불가피하게 만든다. 북한이 트럼프의 손을 뿌리친 모양새이지만 미국과의 특별한 연락 통로 언급이나 정상 간 브로맨스를 과시한 점에서 완전히 빗장을 채운 건 아니다. 북한은 특유의 벼랑 끝 전술과 생떼 부리기를 접고 당장 비핵화 협상에 응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대선 시계를 감안하면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무엇보다 북한의 복귀를 기다리는 한국과 국제사회 여론이 무한정 인내하지만은 않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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