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에 주목할 93년생 흑인 음악 아티스트 [힙합엘이]

장르 인사이드

정유년에 주목할 93년생 흑인 음악 아티스트 [힙합엘이]

2017.01.04
Special

정유년에 주목할 93년생 흑인 음악 아티스트

2016년 역시 예년처럼 힙합이 강세를 드러낸 한 해였다. 많은 흑인 음악 아티스트가 각종 음원 차트의 상단을 차지했고, 그들의 음악은 여러 시상식과 거리에서 울려 퍼지기도 했다. 최근 들어 대중 음악계의 장르 구분이 많이 없어졌다고는 하나, 힙합을 기반으로 한 사운드가 현재 메인스트림 시장의 중심에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예상하건대, 이 흐름은 올해에도 계속될 것이다.

그렇기에 오늘은 2017년의 흑인 음악씬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아티스트를 살펴보고자 한다. 작년 이맘때 소개했던 92년생 래퍼인 Travi$ Scott과 Mac Miller가 새로운 정규작으로 한 해를 장식한 것처럼, 2017년을 빛낼 93년생 닭띠들을 소개해본다. 누가 정유년에 가장 두각을 나타낼지 지켜보는 것도 올해의 음악을 즐기는 또 하나의 포인트가 될 것이다.

#1

Chance The Rapper

명실상부 현재 힙합씬의 대세다. 정규 앨범 하나 없는 신예가 이렇게 씬의 중심에서 인기를 끌었던 사례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Chance The Rapper는 이미 하나의 아이코닉한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사실 Chance The Rapper는 2016년에 이미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번째 믹스테이프인 [Coloring Book]은 각종 매거진에서 선정한 2016 Best Album 중 하나로 손꼽혔고, 온전히 스트리밍만으로 빌보드 앨범 차트에 오른 최초의 작품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Grammy Awards의 7개 부문에 이름을 올린 것이었다.

Grammy가 본 회차의 시상식부터 "스트리밍만 가능한 음악들"도 어워드 후보에 포함하기로 결정하며, 그는 Best New Artist, Best Rap Performance, Best Rap Album 등에 노미네이트되었다. 확실히 Chance The Rapper는 상업적인 정규 앨범 없이도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늘 새롭고 신선한 에너지를 선보이는 Chance The Rapper이기에 올해도 확실히 기대감을 감출 수 없다. 2017년 2월 27일 예정인 제59회 Grammy Awards에서 이 93년생 젊은 아티스트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보도록 하자.

#2

Vince Staples

요 몇 년 전부터 힙합씬의 키워드는 '즉흥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젊은 아티스트가 가벼운 감상과 원초적인 리듬을 강조하는 트랩 사운드를 기반으로 즉흥적인 감상을 유도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흐름은 힙합을 넘어 팝 시장 전반부에까지 퍼지고 있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힙합이 가진 고유의 메시지와 작법을 꿋꿋이 지켜나가는 젊은 뮤지션들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Vince Staples다. 93년생 어린 나이지만, Vince Staples는 그 누구보다 진중한 면모를 선보이고 있다. 얼마 전 발표했던 EP인 [Prima Donna]는 그런 그의 특성을 단번에 이해하게 하는 앨범이다.

동년배들과 달리 Vince Staples는 즉흥적인 사운드보다는 자신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빈민가에서 벗어나 언더그라운드 래퍼로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주변인'에 비유해 고뇌를 담아내고, 정체성을 잃어가는 현재의 모습을 정신분열에 빗대는 식의 서사는 Vince Staples의 스토리가 짧은 찰나가 아닌, 오랜 고뇌의 결과물임을 인지하게 한다.

Vince Staples의 탄탄한 스토리는 비슷한 세대의 래퍼 전체를 통틀어 발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유년에도 그가 그려낼 고민에 찬 스토리텔링을 기대해본다.

#3

Slim Jxmmi of Rae Sremmurd

앞서 소개했던 Vince Staples의 커리어와 대척점을 이루는 래퍼다. 바로 형제로 구성된 듀오 Rae Sremmurd의 형인 Slim Jxmmi다. 2014년 공개했던 싱글 'No Flex Zone'으로 각종 차트와 클럽을 씹어 먹었던 Rae Sremmurd는 "원 히트 원더"가 아니라는 것을 올 한해 당당히 증명하며 화려한 시기를 보냈다.

대표적인 트랙이 지난 9월 발표한 싱글이자 [SremmLife 2]에 수록된 'Black Beatles'다. 해당 트랙으로 Slim Jxmmi는 그 누보다 만족스러운 한 해를 보냈다. 'Black Beatles'는 빌보드 싱글 차트와 힙합/알앤비 차트에서 1위를 모두 석권했고, 싱글 차트에서는 무려 6주 연속으로 꼭대기에 위치했다.

이와 함께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등의 음원 차트에서도 상위권을 기록하며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다. 컬트한 음악과 중독성 있는 메들리, 그리고 이들이 공연에서 선보인 "마네킹 챌린지" 퍼포먼스가 유튜브를 통해 퍼져나가며 'Black Beatles'는 2016년 최고의 히트 넘버 중 하나로 기록을 남기게 됐다.

빌보드에서 해당 곡을 2016년 최고의 팝송이라 평가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동생과 활동하며 최고의 시기를 보낸 Slim Jxmmi. 올해는 두 형제가 어떤 퍼포먼스로 신드롬을 일으킬지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4

Vic Mensa

Kanye West의 'Wolves'에 출연하고, 2014 XXL Freshman 리스트에 선정되며 서서히 주목받기 시작했던 Vic Mensa 역시 올해 주목해야 할 93년생 래퍼다. 게다가 2015년 JAY Z가 이끄는 Roc Nation과 계약을 체결하며, 그의 앞날은 더욱 창창해졌다.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Vic Mensa는 새로운 EP인 [There's A lot Going On]을 발표하며 가능성을 선보인다. 특히, 그의 스토리텔링은 매우 뛰어났다. 경찰에게 총을 맞고 세상을 떠난 소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미국 사회 공권력에 대한 부조리를 토로하고, 당시 상황을 변호사가 증언하는 나레이션를 활용하는 식의 구성은 Vic Mensa의 깊이를 단번에 느끼게 한다.

게다가 그는 스스로가 느낀 불안과 슬픔, 짧은 기간에 이룬 성공에 대한 당혹스러움, 이기적인 본인의 모습에 대한 고백을 드러내는 등 여러 서사를 자신의 경험에 묶어내는 식으로 진솔함을 가득 담아내기도 했다.

왜 Kanye West가 그를 계속해서 지원하고, 여러 곡에서 참여시켰는지 [There's A lot Going On]을 살펴본다면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There's A lot Going On]은 확실히 2016년 발표된 앨범 놓쳐서는 안 될 숨겨진 수작이다. 그리고 그 주인공인 Vic Mensa 역시 올해 다시금 주목해야 할 아티스트 중 하나라고 자부해본다

#5

Bryson Tiller

트랩 소울이라는 새로운 서브 장르를 표방하며 등장한 Bryson Tiller. 그는 이미 2017 그래미 "Best R&B Song"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음악성과 상업성을 고루 인정받고 있다. 여러 면에서 뛰어난 면모를 보이지만, 사실 Bryson Tiller의 매력은 단연 목소리에 있다.

랩과 보컬을 넘나들며 리듬감을 뽐내고, 탁성이지만 부드럽게 유영하듯 리듬을 타는 Bryson Tiller의 스타일은 여러 팬과 평론가에게 높게 인정받고 있다. 데뷔 스튜디오 앨범인 [Trapsoul]은 이런 장점이 가득 담긴 대표적인 작품이다. 트랩과 PBR&B의 경계를 교묘하게 파고들며 그만의 감각을 뽐낸 "Exchange", "Sorry Not Sorry", "Rambo" 등은 Bryson Tiller가 표현하는 음악적 방향성을 단번에 대변한다.

단순히 음악적인 성공 외에도 그는 차트에서도 꽤 인정받는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데뷔 앨범이 빌보드 앨범 차트의 8위, 알앤비/힙합 차트의 2위를 기록한 것만 봐도 얼마나 많은 장르 팬들이 Bryson Tiller의 행보를 기대했는지 알게 한다.

이미 BET Awards에서 Best Male R&B/Pop Artist와 Best New Artist 부문을 수상하며 성공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Bryson Tiller. The Weeknd의 월드 투어에 동참하며 더욱 넓은 활동 반경을 선보일 그의 2017년이 어떨지 더욱 궁금하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