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집 ‘만파식적’ 낸 대금연주자 양성필

  • 김은경
  • |
  • 입력 2013-08-12 08:10  |  수정 2013-08-12 09:32  |  발행일 2013-08-12 제23면
상처입고 지친 이들에게 보내는 ‘국악의 힐링’
자비 들인 음반… 꼭 2년 걸려
동서양 정서 어우러진 퓨전음반
모티브는 ‘바다’로의 영적 여행
미국 음반사 통해 해외 진출
아마존·아이튠즈 등 음원유통
20130812
다섯 번째 개인음반 ‘만파식적’을 발매한 대금연주자 양성필. 그는 미국 음반사를 통해 해외로까지 판매되는 이번 음반이 지치고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치유와 힐링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대구를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대금연주자 양성필이 다섯 번째 개인 음반 ‘만파식적’을 발표했다. 국악 창작음반 발표가 극히 드문 국내 국악계에서 벌써 다섯 번째 내놓은 개인음반이다. 그의 지난 음반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자비출반’을 했다. 무모하기까지 한 도전, 리스크가 적지 않았음에도 10장까지 발표하겠다는 결심은 여전히 굳건했다. 양성필은 대구시립국악단 대금연주자로 있으며, 국악퓨전연주단체인 필소굿의 리더로 활동 중이다.

이번 음반은 동서양의 정서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퓨전음반이다. 대금과 소금, 단소와 같은 한국의 악기들과 타악기, 보컬 등 서양음악적 요소가 어우러졌다. 동서양의 악기는 서로 이질적이면서도, 조용히 영성적 조화를 이룬다. 때로는 철저히 분리되고, 때로는 하나로 화합하면서 심연의 세계를 펼쳐나간다. 양성필은 “지난 2년여 작업이 고통스러웠지만, 소리의 바다에서 보낸 행복한 여정이었다”고 출반의 소감을 전했다.



- 음반의 타이틀을 만파식적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만파식적은 나라의 모든 근심과 걱정이 해결된다는 신라 전설상의 피리다. 신라 신문왕이 아버지 문무왕을 위하여 감은사를 짓고 추모하는데, 죽어서 바다의 용이 된 문무왕과 하늘의 신이 된 김유신이 합심하여 동해의 한 섬에 대나무를 보냈다. 이 대나무를 베어서 피리를 만들어 부니 적의 군사는 물러가고, 병은 낫고, 물결은 평온해졌다고 한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어쩔 수 없이 영혼의 상처를 받게 됩니다. 따스한 위로를 받고 싶은, 한마디로 힐링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죠. 제 음악을 통해 상처와 흉터로 단단해진 머리와 가슴을 시원하게 풀어주고 싶었습니다. 신라인들의 병을 물리치고, 바람을 멎게 하고, 물결을 가라앉게 했던 만파식적처럼 저의 젓대소리가 이 시대의 여러 아픈 가슴들에게 한줄기 시원한 소나기처럼 다가섰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 이번 음반은 지극히 한국적이면서도 한편으로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코드가 느껴집니다. 수록곡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죠.

“이번 음반에는 ‘모헌’ ‘안개 속의 유영’ ‘To the light’ ‘귀로의 노래, 아리랑’ 등 모두 8곡의 국악 창작곡을 수록했습니다. 첫 곡 모헌(某軒)은 대구시 북구 산격동에 있는 주택의 당호입니다. 국악애호가로 알려진 어느 분의 주택 이름인데, 그 집을 처음 방문한 날 저절로 떠오르는 악상을 곡으로 만든 것입니다. 음반 수록곡들은 ‘바다’ ‘유영’이라는 커다란 주제 아래 일관된 맥락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수록된 곡들은 모두 제가 일상에서 보고,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음악으로 만든 것입니다.”

- 음반제작에 얼마나 걸렸습니까. 어떤 콘셉트로 제작됐습니까.

“2008년 4집 음반을 발표한 지 5년여 만입니다. 기획에서 녹음까지 꼭 2년 걸렸습니다. 국악힐링이라는 큰 전제 아래 수록곡들을 선정했습니다. 수록된 8곡 중 ‘아리랑’을 제외한 전곡은 프로듀서 류권하와 함께 공동작곡으로 만들었습니다. 모든 곡이 바다를 모티브로 영적인 여행을 떠난다는 것을 표현했고, 대금과 소금 그리고 단소의 독특한 음색과 특징적인 주법이 모던한 감각의 컴퓨터 음악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도록 했습니다.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몸과 마음의 안정을 통한 회복을 선사하고 싶었습니다.”

- 이번 음반은 영어로 부클릿을 제작했는데 이유가 있습니까.

“최근 대중음악계는 한류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하면 국악은 늘 고만고만한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악이야말로 가장 한국적이며, 세계적이라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음반 발매에 앞서 미국회사인 CDBaby라는 음반회사와 인연이 닿았는데, 그곳에서 해외유통을 책임지기로 했습니다. 지난 8일 국내에서 음반을 발매한 것에 이어 15일부터 아마존, 스포티파이, 아이튠즈 등에서도 음원유통이 이뤄져 세계인들에게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 음반의 해외진출을 앞두고 기대와 설렘이 느껴집니다. 세계인들이 이번 음반을 들으며 어떤 감동과 메시지를 받았으면 합니까.

“처음 대금을 손에 쥔 지 어느새 30여년이 흘렀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대금을 처음 접하는 마음, 배우는 자세로 임하고 있지요. 가끔 연주를 하다가 예전에 미처 찾지 못했던 소리를 듣는데, 몸과 마음의 평화와 치유를 주는 그런 소리입니다. 안정된 호흡의 대금소리, 한국의 국악을 통해서 세계인들이 몸과 마음이 충만해오는 힐링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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