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2차 청문회 첫날 “선사에서 대기 지시 왔어…구명조끼 입히고 기다려”

김형규 기자

“하루 빨리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져서 유가족들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너무 늦은 사과였다. 하지만 그 사과와 함께 공개된 진술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져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따질 수 있는 새로운 단초를 제공했다.

28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세월호 2차 청문회에서 세월호 여객부 직원 강혜성씨는 참사 당시 자신이 한 ‘선내 대기’ 방송이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청해진해운 경영진이 실제 이런 지시를 내렸는지, 이준석 전 세월호 선장과 간부급 선원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를 특별검사 등을 통해 추가적으로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b>흐르는 눈물 </b>28일 서울시청에서 시작된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2차 청문회에서 세월호 참사 동영상을 보던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정근 기자

흐르는 눈물 28일 서울시청에서 시작된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2차 청문회에서 세월호 참사 동영상을 보던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정근 기자

강씨는 청문회에 앞서 지난 16일 진행된 세월호특조위의 사전조사에서 “(참사 당일 오전) 9시26분경 박지영(여객부 직원·사망)이 양대홍(여객부 사무장·사망)에게 무전이 왔다고 내게 무전기를 건넸다. 그때 양대홍이 CC라고 얘기했다. CC는 여객부 직원들이 쓰는 은어로서 ‘채널체인지’의 준말로, 채널을 5번으로 바꾸라는 의미”라고 진술한 것이 이날 공개됐다.

강씨는 “5번 채널로 바꿔서 양대홍과 교신이 됐고 양대홍이 내게 ‘나는 지금 조타실인데 10분 후 해경이 올 거야. 구명조끼 입혀. 선사 쪽에서 대기 지시가 왔어. 추가 지시가 있을 때까지 구명조끼 입히고 기다려’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양 사무장이 채널을 바꾸라고 한 것에 대해 “다른 사람이 듣지 않아야 할 말을 나에게 전달하려고 한 것 같다”고 증언했다.

강씨는 검찰 수사와 재판에서 이 같은 사실을 한번도 털어놓지 않은 이유를 묻자 “조사받는 과정에서 유가족 분들에게 깊은 죄송함을 느끼고 있었다”며 “특조위 조사관들이 윽박지르지 않고 인간적으로 대해줘 마음이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같이 사고 현장에 있던 여객부 직원들의 희생에 누가 될까 싶어서 (그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진도연안 ‘해상교통관제시스템’(VTS)센터와 제주VTS센터가 참사 초기 교신 기록에 의도적으로 잡음을 넣는 등 기록을 편집·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b>의혹도 벗겨질까</b> 2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준석 전 선장(오른쪽)과 강원식 전 1등항해사의 모자와 마스크를 교도관들이 벗기고 있다.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의혹도 벗겨질까 2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준석 전 선장(오른쪽)과 강원식 전 1등항해사의 모자와 마스크를 교도관들이 벗기고 있다.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장완익 특조위원은 진도VTS센터가 참사 당시 세월호 인근에 있던 둘라에이스호와 교신한 음성파일에서 둘라에이스호 선장의 목소리는 깨끗이 잘 들리는 반면 진도VTS 관제사가 말 할 때만 잡음이 나며 잘 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조위는 이와 관련해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에서 해당 음성파일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배명진 숭실대 교수는 “사고 당일 오전 9시6분부터 28분 동안 교신 음역대가 4㎑(킬로헤르츠)인데 진도VTS 쪽에서 말을 할 때만 6㎑로 나온다. 의도적으로 ‘백색잡음’을 덧씌운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밝힌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항적 자료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초 AIS 항적 자료는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밝힐 중요한 단서로 거론됐다. 하지만 이날 임남균 목포해양대 교수 등 전문가 증인·참고인들은 기존의 세월호 항적 자료에 기계적 오류가 의심되는 사례나 애초에 물리적으로 나올 수 없는 숫자가 여러 차례 등장한다고 입을 모았다.

예를 들어 세월호 항적도는 사고 당일 오전 8시42분15초부터 23초간 같은 위·경도에 있는 것으로 나오지만 속도는 18노트 이상으로 돼있다.

이는 애초에 세월호의 위치와 속도 등 기본 정보를 자동으로 전파하는 AIS 자료가 상당 부분 왜곡됐다는 뜻이다.

권영빈 특조위원은 “정부가 발표한 AIS 항적 자료가 어떤 의도하에 편집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점이 있고, AIS 자료 자체도 믿기 어려운 점이 확인됐다”며 “세월호 침몰의 진상규명과 관련해 AIS 항적은 참고자료로만 사용하고 정확한 원인 분석은 향후 광범위한 자료를 추가로 수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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