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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혹한기 맞는 대기업, 불확실성 걷어내는 게 최선의 정책이다

입력 : 
2019-11-13 0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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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30대 기업 중 20곳은 내년에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 또는 그 밑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 한파가 내년에 더 혹독해진다는 뜻이다. 매일경제가 최근 삼성전자, 현대차 등 30대 대기업을 상대로 경영 환경을 설문조사한 결과인데 이들 기업 중 18곳은 이미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줄어들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거의 모든 산업에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17개 대기업은 중·장기 전략을 재검토하는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이처럼 한국 대표기업들이 혹한기를 맞자 투자와 고용에도 칼바람이 일고 있다. 당초 계획했던 올해 투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대기업이 16곳으로 절반을 넘었고, 올해 채용 목표를 채우지 못할 것이라고 토로한 대기업도 11곳에 달했다. 내년에는 더 혹독한 찬바람이 예상된다. 내년에 채용 규모를 올해보다 늘리겠다는 기업은 30대 기업 중 1곳뿐이었고 내년에 투자 규모를 늘리겠다는 기업도 7곳에 불과했다.

한국 경제에 매서운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는 이유로는 우선 미·중 무역분쟁, 중국 성장률 둔화, 반도체 가격 하락, 일본 수출규제 등 글로벌 요인이 꼽힌다. 우리나라 수출이 지난해 12월부터 11개월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도 그 영향이 크다. 그럼에도 국내 요인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달 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6개 회원국 중에서 최근 2년 사이 잠재성장률이 가장 크게 떨어진 국가로 터키, 아일랜드에 이어 한국을 세 번째로 지목했다. 기업을 옭아매는 온갖 규제, 반기업 정서, 주 52시간 근무제 등 국내 변수들도 글로벌 요인과 맞물려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칼바람을 뚫고 투자와 고용이 다시 살아나게 하려면 먼저 기업들이 변화된 환경에 맞춰 사업과 조직을 재편하고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때 정부는 기업들이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을 되돌아보면 중소기업들이 아우성을 치는데도 주 52시간 근무제 보완 입법은 지지부진하다. 데이터·화학물질 관련 규제 법률 개선작업도 진전이 없다. 그 와중에 기업인들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3년째 이어지고 있는 동시다발적인 수사로 법원과 검찰에 불려 다니기 바쁘다. 신사업 육성을 위해서는 정부가 기존 사업자와 새로운 사업자 사이의 이해상충 문제를 신속하게 조정해줘야 하는데 그런 역할도 기대 밖이다. 이대로 가면 한국 경제가 회복하기 힘든 수준으로 기울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더 늦기 전에 기업의 투자를 얼어붙게 만드는 온갖 불확실성을 걷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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