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판 망치는 폭력·혐오 표현, 용서할 수 없다

2020.03.25 20:53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의 사무실에 계란이 투척됐다. 김 후보에 따르면 24일 밤 40대 남성이 김 후보의 지역구 내 선거 사무실에 계란을 던지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의 종이를 붙인 뒤 달아났다고 한다. A4용지 크기의 종이에는 “문재인 폐렴 대구 초토화 민주당 OUT” “신적폐 국정농단 혁명 문재인을 가두자”라고 적혀 있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이런 야만적 작태가 벌어지는지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심야 계란 투척도 어이없지만, ‘문재인 폐렴’ ‘대구 초토화’란 극단적 혐오 표현을 갖다 붙인 것은 더 고약하다. 지금 대구·경북 주민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어느 지역보다 고통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때 터무니없는 자극적 표현으로 정부와 시민을 이간시키고, 지역 분열을 부추기려 했다는 데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그렇게 해서 얻는 정치적 이득은 무엇인가. 이는 ‘힘내라 대구’를 외치며 아픔을 함께하고 사랑을 나누는 온 국민의 성원에 스스로 먹칠을 하는 어리석은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선거기간 중 폭력과 혐오 표현 등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원희룡 제주지사 후보는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2006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지방선거 유세를 나섰다가 괴한에게 문구용 칼로 오른쪽 뺨을 찢기는 테러를 당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최근엔 서울 지하철역에서 선거운동을 하던 민중당 예비후보가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후보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은 정치적 자유의 침해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이번 사건은 미리 비난 문구를 준비해온 것을 보면 우발적이라고 볼 수도 없다. 범인은 하루만에 붙잡혔다. 경찰은 그가, 무슨 이유로 이런 짓을 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그런 선거가 폭력과 혐오를 배설하는 난장판으로 변한다면 민주주의가 온전할 수 없다.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민주주의 파괴이자 선거판을 망치는 행동이다. 앞으로 전국 곳곳에서 4·15 총선 유세와 토론회가 본격화된다. 이번 총선은 사상 처음으로 만 18세에게 투표권이 부여되는 등 의미가 각별하다. 증오를 부추기는 반민주적 도발이 더는 발 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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