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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0대 국회 또 파행, 국민의 심판이 두렵지 않나

입력 : 
2019-12-02 0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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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예산안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상정을 앞두고 국회가 또 파행하고 있다. 국회에서 예산안을 처리해야 할 법정 시한은 2일이다. 2014년 국회법 개정으로 이 조항이 도입됐는데 첫해만 제외하고 국회가 5년 연속 규정을 어기게 됐다.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는 20대 국회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도 여론의 지탄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국회는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열어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등 민생·경제 부문 199개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본회의는 결국 열리지도 않았다. 자유한국당이 이들 본회의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신청하며 의사진행 방해 계획을 밝히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본회의 출석을 거부한 것이다. "민생을 팽개쳤다"는 비난에 여당이든 야당이든 할 말이 없게 된 상황이다.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 소위 패스트트랙 법안은 3일 이후 본회의에 상정된다. 한국당은 이들 법안의 처리를 막겠다는 명분 아래 그 법안들과 아무 관련 없는 민생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또 민주당은 일단 한국당의 필리버스터가 시작되면 그것을 중단시킬 방안이 마땅치 않자 아예 본회의를 무산시키는 쪽을 선택했다.

이 같은 20대 국회의 파행과 공전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20대 국회에 관해 한국갤럽이 올해 10월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잘했다'는 평가는 10%에 불과하고 '잘못했다'는 평가가 83%에 달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1일 발표한 기업인식 조사를 봐도 20대 국회는 낙제점이다. 기업들은 경제 분야 국회 입법을 4점 만점 기준 1.66점으로 평가했다. C학점 또는 D학점에 해당하는 점수다. 국회가 일손을 놓고 있으니 18대 국회에서 제출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과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아직까지도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데이터 3법'도 여전히 계류 중이다. 20대 국회 들어 이슈가 된 주 52시간 근무제 보완법안(근로기준법)이나 일본 수출규제 대응법안(소재부품특별법, 조세특례제한법 등)은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다.

여야는 지난달 29일의 본회의 무산 사태를 놓고 또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는데 어떤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민생법안을 정쟁의 볼모로 삼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정부는 513조원에 이르는 슈퍼예산안을 제출해 놓았는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달 30일까지 마무리해야 할 예산안 심사도 끝내지 못한 상황이다. 예산안 부실 심사가 걱정된다는 뜻이다. 한국 경제가 내우외환의 어려움에 처한 상태에서 경제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면 기업들이 내년도 사업계획을 세우면서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여야는 이제라도 선거법·공수처법을 놓고 협상과 타협에 나서야 한다. 또 예산안과 민생법안은 패스트트랙과 별개로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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