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재취업 비리’ 의혹이 점입가경이다.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고 있는 혐의가 조직적이고 지능적이어서 혀를 내두르게 한다.

공정위처럼 힘 있는 경제부처 출신이 대기업에 들어가 로비 창구 노릇을 하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전관예우의 악습을 막기 위해 정부도 공직자윤리법에 재취업 제한 규정을 만들고 취업 심사를 강화해왔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조직 차원에서 재취업 비리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검찰은 공정위가 2010년께부터 해마다 4급 이상 퇴직 예정 간부 10명 안팎의 리스트를 만들어 대기업 취업을 알선해온 혐의를 포착했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공직자윤리법 위반 논란을 피하려고 퇴직 예정자들을 관련 기업 업무에서 미리 빼주는 등 경력 관리를 해줬다고 한다. 이른바 ‘경력 세탁’이다. 또 기업 인사담당 임원들을 공정위로 불러 재취업 관련 회의를 한 정황도 드러났다. 범죄조직 뺨치는 행위로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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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재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대기업에 취업한 공정위 출신들은 특별한 업무도 없이 억대 연봉을 받다가 후배 퇴직자에게 자리를 대물림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이 모든 과정이 공정거래위원장에게 보고됐으며, 재취업 비리는 2016년 말 ‘국정 농단’ 수사 전까지 계속됐다고 한다.

대기업이 바보가 아닌 이상 공정위 퇴직 간부들을 그냥 받아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공정위는 ‘경제 검찰’로 불릴 정도로 기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기업의 불법행위와 관련해 공정위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거의 없다. 대기업 입장에선 공정위 출신들이 ‘친정’을 상대로 방패막이가 되어주기를 바랐을 것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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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그동안 대기업 조사에서 ‘부실 조사’나 ‘솜방망이 처분’ 등의 비판을 받은 사례는 부지기수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은 대기업의 횡포를 봐주는 공정위를 ‘불공정위’라고 꼬집는다. 공정위의 불공정한 조사와 대기업 재취업 간의 부당한 뒷거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공정위 재취업 비리 의혹의 전모를 낱낱이 밝혀내고 관련자들을 일벌백계해야 한다. 비록 김상조 위원장 취임 전의 일이기는 하지만, 공정위도 검찰 수사를 계기로 뼈를 깎는 내부 쇄신을 통해 부패의 고리를 끊고 환골탈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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