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중대 시험’ 압박 속 비건 대표의 방한 주목한다

2019.12.15 20:33

북한이 지난 7일에 이어 엿새 만인 지난 13일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은 14일 담화에서 이같이 밝히고, “최근에 우리가 연이어 이룩하고 있는 국방과학 연구성과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믿음직한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을 더 한층 강화하는 데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주목할 것은 이번 실험의 성격을 설명하면서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이라고 밝힌 점이다. 국방과학원에 이어 7시간 뒤 북한군 서열 2위인 박정천 총참모장이 담화를 내고 최근의 시험이 “미국의 핵 위협을 확고하고도 믿음직하게 견제, 제압하기 위한 또 다른 전략무기 개발에 적용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13일의 ‘중대시험’을 발표하면서 군 고위당국자까지 동원해 ‘핵 억제력’ ‘전략무기’ 등을 언급한 것은 심상치 않다. 보통 핵 억제력은 상대방의 핵 공격과 위협을 핵무기를 통해 방지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지난 7일과 13일에 실시한 시험은 인공위성 발사가 아니라 핵무기와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요컨대 북한은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엔진 시험이 중대 성과를 거뒀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군사행동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는 위협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북한이 미국에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라면서 설정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대미 압박수위를 극단까지 끌어올리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북핵 위기 때마다 반복돼 온 벼랑 끝 전술이 또다시 되풀이되는 현실에 유감을 금할 수 없다.

이런 엄중한 정세 속에서 15일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손에 어떤 대북 제안이 들려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그가 내놓는 대북 메시지의 수위와 북한의 반응이 한반도 정세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 비건 대표는 방한 전 “미국의 방침은 변한 게 없다”고 했지만 중요한 담판을 앞두고 말을 아꼈을 수 있다. 북한 박 총참모장이 담화에서 “대화도, 대결도 낯설어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 것은 북한도 일단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비건의 방한은 ‘연말시한’을 앞두고 한반도 대결국면을 진정시킬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북한도, 미국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미 상대방의 패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강 대 강’ 대치는 소모전일 뿐이다. 양측이 조금만 열린 태도로 나선다면 극적인 타협을 이루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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