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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국 임명 고심 文대통령 마지막까지 국민의 뜻을 생각해야

입력 : 
2019-09-09 0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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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여부는 국정 흐름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 여야 간 극한 대립으로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의를 앞둔 국회는 파행으로 치달을 게 뻔하다. 검찰이 6일 조 후보자 부인을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혐의로 기소한 상태이므로 청와대·여당과 검찰 간 갈등도 격화될 수 있다. 조국 후보자 지명 이후 약 한 달 동안 그를 둘러싼 의혹과 진실공방이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그가 결국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국론 분열과 진영 대결이 해소되기는커녕 국정조사, 특별검사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더해져 소모적 논쟁이 더 격렬해지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카드를 고수해온 건 그가 사법개혁 적임자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조 후보자는 평등·정의·공정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각종 의혹에 휩싸였다. 그 결과 이미 개혁 주체로서 도덕적 기반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의당이 그를 이른바 '데스노트'에 넣지는 않았지만 "조 후보자를 통해서 사법개혁이 가능할 것인지 문 정부가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밝힌 점을 주목해야 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8일 조 후보자의 언행 불일치로 정의와 공정이라는 가치가 손상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조 후보자는 2일 기자회견과 6일 인사청문회를 통해 충분한 해명 기회를 가졌음에도 여론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한국리서치가 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조 후보자 임명 반대가 49%로 찬성 37%를 웃돌았다. 문 대통령은 조국 후보자의 임명 강행으로 사법개혁의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 오히려 공정의 가치가 훼손됐다고 보는 민심의 역풍을 맞게 될지를 놓고 깊이 고심할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다"며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될 것임을 다짐했다. 국정 안정과 개혁의 동력은 어디까지나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따를 때 비로소 확보된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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