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지영 김기웅 정현선, 당신들이 진정한 선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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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선원은 맨 마지막이야. 너희 먼저 구하고 난 나중에 나갈게.” 기울어지는 세월호에서 단원고 학생들을 구하고 끝내 빠져나오지 못한 승무원 고(故) 박지영 씨가 어제 의사자(義死者)로 지정됐다. 28세의 동갑내기 연인인 고(故) 김기웅 정현선 씨도 의로운 죽음을 함께했다. 침몰하는 배에서 1호로 탈출했던 선장 이준석을 비롯한 대부분 선원들은 직업윤리는커녕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내팽개쳐 우리를 치욕스럽게 했다. 그 속에서도 승객을 구하기 위해 생명까지 바친 지영 씨 같은 승무원이 있기에 우리 사회에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위안을 갖게 된다.

선내방송을 담당했던 지영 씨는 물이 차오르는 배를 기어올라 4층에서 구명조끼를 구해와 3층 승객들에게 나눠주고는 마지막까지 “탈출하라”고 소리쳐 많은 목숨을 구했다. 일본에는 2011년 쓰나미가 들이닥치는 순간까지 마을 안내방송 마이크를 놓지 않다가 실종된 미야기 현 미나미산리쿠의 여성 공무원 엔도 미키 씨가 있었다. 그 못지않은 살신성인의 모습을 보여준 지영 씨가 우리는 자랑스럽고 또 고맙다.

김기웅 정현선 씨는 9월 결혼을 앞두고 있어 더 안타깝다. 단순 사망으로 처리될 뻔한 이들의 이야기는 40대 승객이 정 씨의 빈소를 찾아 “김 씨가 3층 갑판까지 탈출했지만 애인이 학생들을 구하느라 배 안에 있다는 소리를 듣고 다시 선실로 뛰어 들어갔다”고 알림으로써 의사자로 지정됐다.

세 명의 의사자들은 모두 20대다. 기성세대는 이들 20대가 어려움을 모르고 자라 나약하고 자기들밖에 모른다고 여겼다. 그러나 박지영 김기웅 정현선 세 승무원은 우리의 20대가 순수하면서도 강한 책임감을 가진 세대임을 고귀한 생명으로 입증해주었다. 그들이 진정한 선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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