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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김현철
저자 김현철은 삶과 마음의 관계가 궁금해 출판사를 차렸다. 포털회사와 브랜드 홍보매니저 활동을 바탕으로 종이책, 디지털콘텐츠, 오프라인 공간, 또는 가방에 담길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첫 번째 주제는 문학과 매거진의 장르를 결합해 종이책의 따뜻한 감성으로 담았다.
저자(글) 이보라
저자 이보라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 후 책이 좋아 인터넷서점에서 첫 사회생활을 했다. 소박한 감성으로 드러내지 않고 손으로 쓰고 그리고 만드는 것을 좋아해 현재는 작은 출판사를 함께 설립 후 아트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목차
- 발행인의 글. 집과 삶의 상관관계
1부 침묵
건축가와의 두 번째 만남 - 규모검토, 1차 회의록 2015.6.26
공원에서 느꼈던 감정 - 창경궁 대온실, 창덕궁 낙선재
골목길 위의 작은집 - 스킵 플로어, 2차 회의록 2015.7.3
가내수공업 출판사 - 디올 하우스 브랜드, 서도호 작가의 집
좋은 느낌을 주는 작은 요소 - 윤동주 문학관 9평 전시실
2부 대화
마당 한 칸, 손님방 한 칸, 주인방 한 칸 - 3차 회의록 2015.7.10
제주도 집필여행, 소설 속의 집 - 건축가 유동룡
꼬불꼬불 복도같은 방 - 4차 회의록 2015. 7.31
서론, 본론, 결론의 3층 집 - 계단실, 서재, 침실, 5차 회의록 2015.8.19
도쿄 센다가야의 주택가 - 랜드스케이프 프로덕츠, PAPIER LABO
여섯 번째 미팅
사라진 시간
3부 기다림
아버지 집
메종 드 베르Maison de Verre 집
목화마을
케이크 집
욕조가 놓인 집
동물원 집
연남동에서 핀 목화솜
오픈 하우스
15년 전의 미래
찾아보기
해설. 목화 집으로부터의 초대
책 속으로
P.39
선배와 나 누구도 한동안은 집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전세기한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고 어떤 방향으로든 ‘집’에 대한 길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결국 다시 길을 나섰다. 이번에는 좀 더 벗어나 홍대입구역 공항철도 방향 연남동을 찾았다. 이전 동네들보다는 낯선 곳이었지만 맛있는 중식당이 있다는 소문에 친구들과 와 본적이 있었다. 그때 기사식당과 화교 거리로 독특한 분위기를 받았던 동네였다. 겨울 끝자락의 매서운 추위도 잊은 채 온종일 부동산이며 매물을 보러 다녔다. 주택가가 있는 한적한 동네는 너무나 마음에 들었지만 해가 질 무렵까지 살 수 있는 집은 없었다. 그러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야,라고 이야기를 나눈 후 들른 부동산에서 중개인도 탐나는 다락이 멋진 작은집이 있다고 했다.
P.98
날카로웠던 선배의 눈동자가 티 없이 맑은 순진한 아이 같아진다. 지금 선배의 머릿속에는 다른 연결고리가 생겼다는 신호다. “주관적, 객관적 용어와 이성과 감성을 해석한 글을 찾아 보고 싶어. 책이 있으려나?” 선배의 손이 키보드 위에서 빠른 물결을 일으킨다. 우리 논쟁은 이렇게 끝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웃고 마는 거다. 지금도 서로의 감정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내가 너무 감성적인 사람인가. 문제는 일단락되었으니 우선 넘어가야겠지. “자,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면, 요 며칠 난 계단의 위치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 공원 같은 집을 콘셉트로 잡았지만, 현실적으로 사방에 자연의 요소를 둘 수는 없게 되었잖아. 지금 평면으로는 뒷마당이 작은 공원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쪽에 계단이 있어 오르내리며 창밖을 보는 게 좋을까? 아니면 창 앞에 의자가 있어 앉아서 바라보는 게 좋을까?” 다시 애써 태연한 척하며 질문의 요점만 생각하려 한다.
P.105
건축가는 J에게 자신의 책상에서 롤 트레싱지와 연필꽂이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평면도 위에 노란 트레싱지를 펼쳐 슥슥-선을 그린다. 네 사람은 모두 말없이 건축가의 손끝에만 의지하고 있다. 그렇게 10여 분이 흘렀을까, 건축가가 입을 뗀다. “불가능한 건 아닐 것 같아요. 하지만 중앙 계단이란 게 이 집에서는 큰 모험일 수 있어요. 소위 센집이 되는 거죠. 가운데 묵직하게 고정된 계단이 들어차 있으니까요. 계단이라는 구조체는 나중에 옮길 수도 없고….”
P.114
짐을 내려놓고 안내를 받은 후 주인 부부는 차 한 잔을 권했다. 아이가 없는 40대 주인 부부는 2년 전 새로운 삶을 찾아 단둘이서 서울에서 제주로 내려왔다고 한다. 땅을 사고 집을 직접 지으며 게스트하우스를 준비했고, 이제 막 시작이라고 했다. 선배는 서울을 떠난 이유를 물었다. 그들은 서울에서의 생활이 지루했다고 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지쳤고. 제주로 와서 지낸 지 2년째인 아직은 좋은 주변 사람들과 즐겁다고 했다. 여기서는 더 살아갈 힘과 희망이 있다고. 한 시간 가량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찻잔이 비워질 무렵, 여주인은 피곤하겠다며 자리를 피해주었다. 이것도 여행길이라고 피로감에 한 명씩 먼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우리뿐인 도미토리 방 작 은 탁자 앞에 앉았다. 슈퍼에서 사 왔던 연분홍 띠가 둘린 제주 막걸리 한 잔씩과 과자 한 봉지를 뜯어 앞에 두고. 소설을 만들기로 한 워크숍의 진행은 매일 밤 5개의 타이틀로 스토리를 짜고, 다음 날 오후에는 소설의 배경이 될 장소에 찾아가 타이틀 당 1컷의 사진을 촬영하기로 했다.
P.150
“여자도 일에서는 시간개념이 정확했지만, 사생활에서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시간이 늘 말썽이었어. 남자가 들었던 시간을 요구하는 말과는 반대였지만 여자는 시간을 갖고 기다리겠다는 말을 들어왔던 거지. 결론적으로는 어찌 됐든 둘다 상대방과의 마음이 통하지 않았기에 같은 말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해.” 계속해서 친구는 스토리를 잡았고, 선배는 응답했다. “여자도 향수라는 아이템에 예민한 사람으로 하자. 그런데 이 둘은 현재 서로에 대한 순간의 끌림을 넘어 지속적인 사랑으로 이어 나갈 수 있을까?” 우리 세 사람은 말이 없었다.
P.180
아래는 함께 첨부한 평면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먼저, 집의 서론인 1층은 현재 대지 남측 골목길에 접해있는 계단폭처럼 둘이서 마주해도 좋을 모양을 닮아, 그 자체가 소박한 가구 형태인 계단을 두고 싶었습니다. 이제 곧 혼자 걸어 올라야 할 이 집의 좁은 계단 앞에 놓여있는 든든한 땅의 역할이었으면…그래서인지 저는 1층의 바닥과 계단이 돌이나 콘크리트 소재였으면 했습니다…. 우리는 태어날 때 보통 50cm정도의 신체 크기(오늘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로 세상에 나온다고 합니다. 이 건물을 방문한 누군가 ‘길’을 따라 삶의 길이와 폭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삶과
출판사 서평
작은집 짓기라는 리얼리티 건축과정을 따라 공간과 마음의 행복에 대하여 묻다.
아파트가 집중적으로 늘어난 시기의 환경에서 자란 30대의 선배는 마음에 그리던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본능에, 협소한 땅 하나를 찾아 작은집을 지으려 한다. 대한민국의 한 집 한 가족으로 마음을 트고 성장했지만 삐뚤어진 독립심으로 가득 찼던 선배. 그는 소원하게 변해버린 세대 간의 갈등이 먼 미래보다 더 빨리 집의 분열을 초래할 것 같아 아쉬워한다. 그는 후배와 함께 무작정 건축가들을 찾아 메일을 보내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집을 짓기 위한 현재의 과정을 기다림이라 정의하고, 과거와 미래에 존재할 집에 대한 마음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나간다.
침묵 더하기 공감, 그리고 대화의 집짓기.
건축과 마음을 잇는 관계회복의 기다림의 시간.
우리는 왜 집을 나서며 던지지 못하는 사직서를 마음에 안고 살아가는가?
반복되고 획일화된 의식에서 벗어나 자유와 사랑을 찾아 떠나는 집필여행.
제주도 집에서의 러브스토리.
고비고비 산을 넘어 하나의 집을 구성하는 일은 마치 여러 개의 집을 짓는 시간 같다. 자신의 작품이 되길 바라는 건축가와 자신의 집을 짓는 건축주는 이중선상을 걸으며 힘에 겨운 타협을 한다. 이때 공간 속에는 사람의 침묵과 대화가 공존한다. 서로의 성향이 너무도 달라서 늘 지칠 때까지 싸우지만 불필요한 마음을 거둬내고 다시 서로에게 다가갈 즈음, 두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집의 공간을 마음으로 채우려는 시도를 계속해 나간다. 한 번의 인생을 살아가지만 다양한 삶의 형태를, 그 속에서 기쁨과 행복, 절망과 슬픔의 감정까지도 확인하고 싶은 선배와 후배. 사랑이란 감정을 찾아 제주도 집으로 워크숍을 떠난다. 끊임없이 흔들리는 혼돈의 시간에서 만난 국내의 보물 같은 공간과 가까운 국외 일본의 작은 가게들은 집에 대한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로부터 두 번째 겨울이 다가올 때쯤 선배는 아버지로부터 모든 계획을 그만두라는 압박을 받는다. 그를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따뜻한 시선을 보내던 후배는 그의 곁에서 담담하게 마지막 회의록을 작성한다.
대한민국의 30대와 부모세대 간 얽힌 마음이
집이라는 시간의 공간을 통해 조우한다.
다시 서로가 함께 살 준비가 되어있는가? 이대로 각자의 집을 지을 것인가.
과연 찬성보다 반대와 걱정이 많은 실험적 집짓기를 꼭 해야만 하는 걸까? 15평의 땅에는 지역의 건축법을 따라 한 층에 9평 정도의 집을 지을 수 있다. 크기에 비례해 볼 때 작은 규모는 뚝딱 지어내기 쉬울 것 같지만, 현실에서 소형건축을 위한 적당한 예산과 프로세스란 없다. 명성이 있는 건축가들은 자칫 1억으로 집짓기라는 경제미션 프로젝트가 될까 꺼리고, 시공사는 그저 작은 규모라는 이유로 나서지 않는다. 이에 합리적인 설계계획을 이끌어줄 건축가를 만나기도, 집을 지어줄 시공사를 찾기도 모두 첩첩산중이다. 목화 집은 과연 완성될 수 있을까?
현재를 기다리고,
과거를 걸어보고,
미래를 지나온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본능적으로 집에 대한 향수를 갖는다. 누구나 집에 대한 기억의 저편에는 마침내 회귀하고 싶은 공간으로서 가장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마음을 새기고 있다. 이 집의 만족감을 높이려는 시도는 건축적으로 여러 개의 방이 딸린 편리한 아파트 평면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목화 집에서는 공간이 오로지 몸을 담아내는 방이라는 인식을 밀어내며, 유난히 더 작고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집의 등장을 기다린다.
젊은 독립세대의 집에 대한 불안, 다름과 고독에 대한 위로.
하얀 목화송이처럼 포근한 목화 집.
‘집을 보유했으나 빚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인 하우스푸어는 소설 속 이야기에서만 만나는 게 아니다. 삶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집은 소유의 경제논리와 함께 부모세대부터 젊은 세대에 이르기까지 ‘푸어’로 만들고 있다. 앞으로는 살아가는 동안의 집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찾아야 할 때가 아닐까? 마침 한국에서도 1인 가구(2013년 23.9%)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며, 저출산, 고령화 등과 함께 집을 구성하는 구조가 급격하게 바뀌어 가고 있다. 더이상 집은 영원한 정거장도 아니며, 혈연으로만 이루어진 배타적 숭배의 대상이 아니다. 집의 평면적을 보유하고 산다는 개념에서 잠시 필요한 생활로서의 집을 다시 그려보는, 즉 공간과 삶 두 사이의 마음 관계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에 도달한 것이다. 이 책은 마포구 연남동에 ‘작은집 짓기’라는 리얼리티 건축과정과 가까운 과거의 재발견, 미래의 상상을 통해 집 크기 혹은 윤택한 소유의 경제가 채워주지 못하는 행복에 물음을 던진다. 이 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5년 <우수 출판콘텐츠>로 선정되었다.
기본정보
ISBN | 9791195096404 |
---|---|
발행(출시)일자 | 2015년 12월 07일 |
쪽수 | 336쪽 |
크기 |
152 * 225
mm
/ 650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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