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재인 케어 1년’ 기대 못 미친 성적표… 근본적 재설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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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한 ‘문재인 케어’의 첫 1년 성적표가 나왔다. 어제 발표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8년도 건강보험 환자 진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케어’로 2조4000억 원을 투입했지만 건보 보장률은 63.8%로 전년 대비 1.1%포인트 증가에 그쳤다. 반면 올해 건보 재정 적자는 지난해의 18배가량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문재인 케어는 환자가 부담하는 비급여 진료에 대해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하는 것이다. 그 결과 건보 보장률은 소폭 늘었으나 이른바 ‘비급여 풍선효과’로 인해 비급여 진료비 총액도 15조5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조2000억 원 늘었다. 환자들이 상급병원으로 쏠리자 동네병원들이 수익을 위해 도수치료 영양주사 같은 비급여 진료를 늘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급종합병원의 보장률은 68.7%로 전년보다 3.6%포인트 올랐으나 의원급은 되레 2.4%포인트 떨어진 57.9%였다.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2∼3인 병실료 등의 급여화가 이뤄지면서 환자와 병원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해 머리가 좀 아파도 MRI를 찍는 등 과잉진료와 의료쇼핑이 늘어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증 환자까지 MRI 검사를 받기 위해 큰 병원에 몰려드는 바람에 정작 위중한 환자들이 제때 검사를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도 우려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건보재정의 고갈 속도다. 지난해 건강보험 당기 수지는 ―1778억 원, 8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는 3조1636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조 원 넘는 누적적립금이 2024년 고갈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대로는 머잖은 미래에 보험료 대폭 인상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의료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의 정책이 궁극적으로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부메랑으로 작동하는 셈이다.

문재인 케어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한다면 현실을 직시해야 할 시점이다. 한정된 재원을 모든 질환의 급여화에 쏟는 것보다 우선적으로 지원이 시급한 필수항목에 대해 보장성을 강화하고, 과잉의료를 차단해야 할 것이다. 애초에 ‘전면 급여화’는 잘못된 과녁이 아니었는지 돌아보면서 문재인 케어를 재설계해야 한다.
#건강보험#문재인 케어#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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