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국 사퇴’ 보름 만에 나온 여당 대표의 사과

2019.10.30 20:46 입력 2019.10.30 20:54 수정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조국 파문’에 대해 “여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대국민사과를 했다. 이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검찰개혁이란 대의에 집중하다 보니 국민, 특히 청년들이 느꼈을 불공정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좌절감은 깊이 있게 헤아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전 법무장관이 사퇴한 지 16일 만이다.

이 대표의 사과는 때늦은 감이 있다. 그나마도 최근 당내에서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그대로 갈 수는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이를 수습하기 위한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조 전 장관 지명과 사퇴 과정을 겪으며 야당에 밀리지 않겠다는 진영논리에 빠져 ‘조국 비호’ 입장을 강하게 고수해왔다. 그 맨 앞에 선 사람이 이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다. 그러나 결국 조 전 장관은 사퇴했다. ‘조국 이슈’로 추락하던 당 지지율은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반등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조 전 장관 임명을 고집했던 여당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확인시켜주는 지표다. 이 대표는 두 달여간 온 나라에 혼란과 갈등을 초래한 데 대해 좀 더 일찍 머리를 조아리며 반성했어야 한다.

‘조국’ 이후 정국을 어떻게 수습하고 끌고 나갈 것이냐의 문제는 민주당뿐 아니라 청와대, 정부 등 여권 전반에 해당되는 얘기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사과한 것이 전부이고,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야당 의원 질의에 떠밀리듯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을 뿐이다. 그러고는 끝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청와대 참모들이 국정 보좌 기능을 점검하고 반성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민주당은 말만 집권여당일 뿐 청와대에 시종 끌려다니는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줬다. 이러고서야 제2, 제3의 ‘조국 사태’가 또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겠는가.

책임을 지라는 게 무조건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얘기가 아니다.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지도부를 교체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조국 정국’에서 당과 청와대가 시민의 목소리에 충분히 귀를 기울였는지, 민심을 전달하고 조언하는 참모 기능은 제대로 작동됐는지, 여권 내부의 의사 결정 시스템은 정상적인지 등 그간의 국정운영 방식을 하나하나 뜯어볼 필요가 있다. 이 대표는 “지난 두 달 반 동안 국민들도 많이 지치셨다”고 했다. 그걸 안다면 한 줄 사과로는 부족하다. 더 반성하고 쇄신하고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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