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국 ‘의원 꿔주기’ 경쟁까지 나선 최악의 비례대표 공천

2020.03.24 20:50 입력 2020.03.24 20:55 수정

거대 양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들이 비례대표 순번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총선경쟁에 들어갔다. 그런데 목불인견 막장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소수정당의 원내진입을 돕기 위한 선거제 개편의 취지를 무력화하고 부실검증에 코드공천을 강행하더니 이제는 투표용지에서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의원 꿔주기’ 경쟁에 돌입했다. 정책과 비전 경쟁은 간데없고 온통 꼼수뿐이다.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인, 역대 최악의 비례공천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윤호중 사무총장은 연일 총선 불출마 의원들을 만나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 파견을 종용하고 있다. 이종걸 의원 등 7명은 위성정당행이 결정됐고 다른 의원들의 추가 결단을 요청 중이다. 보수시민단체가 탈당 강요는 위법이라며 이 대표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원조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으로 현역의원 9명을 보낸 미래통합당도 뒤질세라 10여명 추가 파견을 추진 중이다. 모정당에서 꿔오는 방식으로 현역의원 숫자를 늘려 투표용지의 앞 번호를 차지하겠다는 꼼수다.

이제 위성정당 막장정치의 사례는 더 지적하기도 지친다. 시민사회·소수정당과 함께 플랫폼정당을 표방했던 더불어시민당은 당선권 안에 소수정당 인사 2명만 배정하며 ‘비례민주당’ 본색을 드러냈다. 통합당의 편법을 막겠다는 명분이 무색하다. 여당의 또 다른 위성정당을 표방하는 열린민주당에서는 코드 공천이 도드라진다. 조국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을 앞 순번에 배정했다. 미래한국당은 통합당 황교안 대표의 한마디에 비례 순번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꿔버렸다. 그것도 친황교안 인사들을 대거 앞세워놓고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단언컨대, 역대 이런 선거는 없었다. 거대 양당이 초래한 혼선과 표심 왜곡은 총선과 정당정치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당장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은 민주당과 통합당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토론회에 참석할 수 없게 됐다. 의석수 제1, 2당이 정책과 비전 경쟁을 포기한 것이다. 급기야 모정당들은 선거자금 꿔주기 등 위성정당 선거운동 지원 꼼수 마련에 나섰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강력한 법 집행으로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치권도 선거 과정에서 이번 사태의 재현을 방지할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이런 후진적 정치가 계속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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