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결말 해석, 스포 포함 소름 돋는 영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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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5. 13.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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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야 개봉을 했지만, 5월 12일 개봉영화였던 영화 <곡성>이 개봉하며 어마어마한 평가와 함께 현재 엄청난 화제작으로 몰린 것 같습니다. 저는 당일에 관람하려다가, 조금 늦게 관람하려고 했는데 이 평가들이 왜 나왔을까 궁금하여 결국 관람하고 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진짜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수밖에 없는 영화인데, 개인적으로 이미지, 영상적인 부분의 섬세함 때문에 불호라고 말하고 싶으나 이런 스타일의 영화. 즉, 생각하게 만들고 내용의 퍼즐을 맞추는 느낌의 영화를 매우 좋아하는 관객이라 완벽하게 호였습니다. 무서운 영화나 피가 튀기는 영화를 보지 못하는 분이라면 비추천, 청소년도 비추천합니다. 영화에 대한 부분은 내일 새벽이나 아침에 스포일러 제외한 후기로 전해드릴 예정이며, 이번 포스팅은 여러 말을 해볼 수 있는 '결말' 또는 영화 자체적인 '해석'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 해석에 대한 부분이라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이라면 관람 후에 읽어주세요.
* 지극히 개인적인 해석입니다. 비판은 달게 받으나, 비난은 받지 않습니다.
* 분명 제목부터 본문까지 스포일러 있다고 표시했으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태클 사양합니다.

1. 영화 첫 시작, 인트로에서 볼 수 있는 '누가복음 24장 37절-39절'
종교적인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영화 시작과 함께 작은 글씨가 나오는 이유가 있겠죠.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두려워하며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이 일어나느냐. 내 손과 발을 보고 나인 줄 알라. 또 나를 만져보라. 영은 살과 뼈가 없으며 너희가 보는 바와 나는 같이 있으니라.' 이 부분은 예수가 3일만에 부활했을 때, 예수의 부활을 믿지 못하는 제자에게 건넨 구절이라고 합니다. 영화 시작부터 보여준 이 구절, 생각하고 영화를 봐야 합니다.

2. 곽도원, 황정민, 천우희, 쿠니무라 준. 각자의 캐릭터가 정확히 무엇일까?
영화 속 인물들의 캐릭터를 정리하고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종구(곽도원)는 경찰, 즉 인간입니다. 그리고 일광(황정민)은 악마를 숭배하는 존재라고 정리하는 게 맞는 것 같고요. 무명(천우희)은 지박령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마을을 지키는 신적인 존재라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본인이 신일 수도 있고, 그 능력을 대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고요. 그리고 외지인(쿠니무라 준)은 결말에 다다라서는 악마라고 단정 지을 수 있으나, 그 전에는 악마를 숭배하거나 악마의 기운이 약하게 깃든 존재(사람)였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처음부터 악마였다고 하기에는, 외지인이 사람들을 자꾸 죽여나간 점. 즉, 계속해서 미끼를 던진 것은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게 아마 온전히 악마를 소환하거나 깃들게 하기 위한 의식이지 않았나 생각되네요.

3. 그래서 독버섯은 무슨 의미인데?
초반, 마을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자 독버섯의 부작용으로 결론을 내리려고 하는데, 그 와중에 종구만 유일하게 독버섯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일을 크게 벌이기 시작하죠. 영화 속에서 독버섯이 이런 문제를 불러일으켰다고 보여주지만, 이것은 그저 가장 그럴싸하게 포장해놓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이 상황을 그나마 그럴 수 있겠다고 믿게 하려고 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하나의 미끼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아무리 생각해도 독버섯 때문에 이렇게 되었을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한 종구가 이 시점부터 사건을 파헤치려고 돌아다니기 시작하니까요.

4. 일광과 외지인의 관계는 그럼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가
일광(황정민)과 외지인. 이 둘은 사실상 서로 애초부터 알고 있는 사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나마 이 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건 '까마귀'가 매개체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되더군요. 일광이 장독대를 깼을 때 죽어있던 까마귀를 보고 무언가 눈치를 챈 것으로 생각하네요. 외지인의 검은 개가 죽었을 때 날아들었던 까마귀들, 그리고 이후 일광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을 때 날아든 까마귀가 이 악마를 의미하는 하나의 매개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나 생각되네요. 즉, 까마귀가 이 둘이 섬기는 악마의 하나의 상징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5. 그럼 일광과 외지인의 맞굿은 무엇인가
아마 영화를 보면서 이 부분에서 많은 몰입과 함께 깜빡 속아넘어가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각자 서로를 향해 맞굿을 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이 장면. 이 장면때문에 큰 의심을 하지 않고 일광(황정민)이 종구의 딸인 효진을 돕는다고 생각하고, 외지인은 그로부터 맞선다고 생각하게 만들죠. 하지만 사실은 다릅니다. 종구가 화가나 3일 이내에 이곳에서 떠나라고 모든 것을 다 부셔버린 후, 당장 자신의 힘을 키울 수 있는 방법으로 닭(정확히는 오골계)을 구매해 굿을 치르기 시작합니다. 또한, 트럭에 있는 사람도 같이 이용하죠. 그리고 이 상황에 돈 천을 받고 효진에 씌인 살을 벗겨내려고 한 것 으로 보이는 일광. 하지만 종구의 딸 효진을 죽게 만드는 굿인 것입니다. 즉, 그 악마에게 힘이 되도록 사람을 바치는 것이죠.

6. 그럼 왜 주술 중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였는가
이게 아주 관객을 현혹하는 제대로 된 부분이었죠. 두 캐릭터가 각자 굿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서로를 향해 굿을 한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끔 속인 것입니다. 당연하게 도와줄 것이라고 믿게 하는 부분인 것이죠. 그럼 외지인이 괴로워한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외지인이 준비했던 트럭에 있던 사람. 즉 박춘배가 트럭에 갔을 때 사라져있습니다. 주술을 위해 분명 장치를 해두었는데 사라진 것은, 자신이 의도한 대로 주술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것이죠. 이 부분은 주변에 촛불이 전부 꺼져있고 무명(천우희)이 바로 등장하는 부분에서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7. 그럼 갑자기 좀비는 왜 등장하는가
아마 영화 관람한 관객들 중, 불호의 반응이 대부분 이 부분에서 나타나지 않나 생각됩니다. 갑자기 등장한 좀비의 존재로 혼란을 겪거나 당황하게 될테니까요. 아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주술에 바쳐진 재물이긴 하나, 그 좀비가 된 인물은 바로 박춘배. 이전에 말했던 트럭에 있던 사람이 좀비가 된 것입니다. 이 부분은 트럭에 갔을 때 촛불이 꺼져있고 사람도 없어진 부분에서 살짝 암시하긴 하는데, 일본인의 의지로 살아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는 감독의 의도에 맞추면, 아마 주술을 온전히 진행하지 못해 실패한 결과물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8. 아니, 분명 외지인의 인간적인 모습이 보였는데?
닭을 살 때 시장에서 가격에 관해 이야기하는 모습, 그리고 어느 순간 자신이 위협을 당할 것을 눈치챘는지 도망을 가지만, 숨죽여 울부짖는 모습에서 이전에 보여준 미스터리한 모습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부분은 이 존재가 인간이라는 느낌을 주죠. 하지만 절벽으로 떨어지고 차에 치이며 죽은 일본인, 즉 외지인의 인간적인 모습은 거기서 끝이 납니다. 아마 이후에 다시 살아나는 것을 생각하면, 처음에 언급한 누가복음, 즉 예루살렘과 관련 있을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조금 어렵네요. 확실한 것은 그가 인간이었던 것을 볼 수 있는 부분이어서 사람인지 아닌지 혼란을 주기엔 충분했다는 것입니다.

9. 무명과 마주친 일광은 역류까지 겪었다.
잘 생각해보세요. 분명 여태까지 보여준 화의 흐름 상, 관객은 자연스럽게 일광은 종구를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무명은 미스터리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광이 도망친다면? 당연히 무명이 해를 끼쳤다고 생각하겠죠. (물론 당연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점이 생깁니다. 대부분의 퇴마, 엑소시즘 영화라면 귀신이 깃든 존재, 악마가 깃든 존재가 모든 것을 역류하고 움츠러들게 되는데, 분명 둘이 마주쳤을 때 일광이 그런 것을 경험합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여태껏 영화에서 봐오던 부분과는 다릅니다. 하지만 이미 관객들은 대부분 자연스럽게 일광은 도와주고 있는 존재라고 인식하고 있으므로 그저 무명을 기 센 귀신이라고 단정 짓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렇게 생각했다면, 이미 현혹된 것이죠.

10. 분명 일광은 도망치러 서울로 간다. 왜 다시 돌아왔는가?
이 부분에서
아주 완벽하게 일광이 선한 존재라고 믿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위기에 놓인 가족. 위험을 감지하고 도망가다 그들을 도우려고 집으로 가서 막으라고 외치는, 그리고 도우러 가는 모습이라니! 분명 죽은 까마귀가 자신의 집에 오자 무서워져 도망을 치고, 도망가다 엄청난 나방이 그의 차를 덮칩니다. 하지만 차에서 내려 난리를 치지만, 밖에는 아무것도 없죠.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도망갈 법도 한데 차를 돌립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아마 악마(외지인)가 의식을 도망가는 것을 막는 부분이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미끼를 물었던 종구(곽도원)까지 필요했던 악마가 모두를 재물로 얻으려는 속셈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얼른 집으로 가라고 계속해서 다급하게 전화합니다.

11. 덫, 그리고 무명.
일광은 젊은 여자, 즉 무명이 뭔가 있었다고 생각 하게끔 대사를 던집니다. 그리고 종구는 아이를 찾으러 돌아다니는 길에 무명을 마주하죠. 무명(천우희)은 마주친 종구(곽도원)에게 닭이 세 번 울기 전, 절대 집에 들어가지 말라고 얘기합니다. 이 부분은 예수의 부활을 의심한 베드로의 이야기를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이 부분에 동의하게 되는 것이 닭이 세 번 울기 전까지인가 울기 전까지 세 번인가 부인한다고 하는데,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더군요. 또한, 종구가 무시하고 집에 가려고 하자 무명이 그를 붙잡는데, 그 부분에서 배경음이 확 달라집니다. 감독님의 의도는 차가운 느낌을 살리려고 했다고 하는데, 촉감이 차가웠다는 부분은 이 시대의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처음에 나왔던 누가복음 24장 37절에서 39절. 영은 뼈와 살이 없지만, 나는 있다는 이 부분을 잘 생각해보면 자신은 실체가 있다고 믿으라고 잡으라는 부분과 맞닿지 않나 생각됩니다. (사실 무교라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몰라, 자세한 설명을 못 드리겠네요) 확실한 것은 그가 그 말을 무시하고 집을 들어가자 덫은 망가졌고, 무시하고 가면 '몰살'당한다는 무명의 말처럼 몰살당합니다. '몰살'에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무명이 가족을 구할 수 있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그저 몰살을 막을 수 있다고 했었죠. 즉, 들어가지 않았으면 종구만큼은 살 수 있었으니, 몰살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끝. 그래서 내용 정리한 결말 해석
아, 이 영화 정말 여러 생각하게 하네요. 앞서 말한 것처럼 일광(황정민)은 초반부터 외지인(쿠니무라 준)과 한패일 확률은 낮지만, 같은 목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돕게 되는 것이며, 종구(곽도원)의 행패로 인해 급해진 외지인도 비슷한 시기에 자신을 위한 굿을 하는 것이고요. 하지만 두 굿 모두 각자 실패하게 됩니다. 후에 일광이 (외지인의 행방을 못 찾아서?) 종구를 찾게 되지만, 무명(천우희)에 의해 코피와 역류를 겪고 도망칩니다. 그런 상황에 죽은 까마귀까지 날아오자 아예 도망을 치는데, 나방들이 날아들며 다시 돌아가게 됩니다. (악마의 힘, 그리고 돌아오라는 신호 같은 것이겠죠) 그 사이, 무명은 종구의 집에 덫을 설치하고 지금 안 가면 가족 몰살은 막을 수 있다고 하지만, 결국 일광에 속아 집에 가게 되어 덫은 의미가 없어지고, 그곳에 간 종구까지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결말은 죽은 줄 알았던 외지인. 즉 일본인은 온전한 악마로 부활합니다. 확신하고 찾아온 신부에게, 왜 확신해서 와놓고 자신을 의심하냐며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죠. 즉,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저주를 내리고 에너지를 흡수하며 악마를 불러일으키려는 외지인의 노력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노력이 온전히 사람이었을 때 외지인의 모든 모습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사진을 찍는 일광의 모습으로 두 사람은 악마를 모시든 부활시키든 큰 목적은 같았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 아마 무명이 언급하던 할머니는 2번에서 말한 것처럼 무명이 신의 대리인이라고 생각하면, 할머니는 아마 그 신이 되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하네요.

곡성(哭聲)

감독 나홍진

출연 곽도원, 황정민, 쿠니무라 준, 천우희, 김환희

개봉 201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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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솔이
곰솔이 영화

네이버 인물검색 가능한, 영화 평론가 '곰솔이'입니다. gomsolvi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