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마힌드라, 쌍용차 투자 약속부터 지켜라

2020.04.06 21:05 입력 2020.04.06 21:19 수정

쌍용자동차 대주주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지난 3일 특별이사회를 열고 2300억원의 투자계획을 철회하고, 대신 3개월 동안 400억원의 특별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마힌드라는 특별자금 투입의 이유를 “새로운 자금마련 방법을 찾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더 이상의 자금 투입은 없다”고 했다. 마힌드라가 쌍용차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따라 마힌드라와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아 2022년 흑자전환을 달성하려던 쌍용차의 계획은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여 있다. 파업과 해고의 고통 속에서 살아온 5000여 노동자의 일터인 쌍용차가 또다시 독자 생존과 회생의 갈림길에 섰다.

자동차와 농기계가 주력인 마힌드라그룹은 최근 내수부진에 코로나19가 겹치면서 경영난에 직면했다. 그러다 지난달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월의 12%까지 폭락하자 매년 영업적자가 쌓이는 쌍용차를 유지하기 버겁다며 이 같은 조치를 발표했다. 경영난은 인정하지만 마힌드라의 쌍용차 경영 방식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쌍용차는 지난해 인원감축 및 임금삭감 등 자구노력을 통해 1000억원 정도의 자금을 절약했다. 해고 노동자 46명의 복직까지 무기한 연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쌍용차 한달 고정비에도 못 미치는 특별자금 투입을 끝으로 “알아서 살거나 새 주인을 구하라”고 한 것은 터무니없다. 차입금 규모는 4000억원이 넘는 데다 세계 산업이 멈춰선 상황에서 어떻게 새 투자자를 찾으라는 것인가. “9년 동안 회사 운영에 협조해준 노조에 감사한다”는 말과 어울리지 않는 너무나 가혹하고 무책임한 처사이다.

그동안 마힌드라가 쌍용차 경영에 최선을 다했는지는 의문이다. 2016년 흑자전환에 성공하고도 주력상품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의 개발에 소홀했다. 올해는 신차 출시 계획도 없다. 할 일은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경영이 어려워지자 기업을 내동댕이치는 것은 정상기업의 태도가 아니다. 선거를 앞두고 한국 정부를 압박해 부실을 메우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마힌드라가 이대로 손을 떼는 것은 명백한 약속 위반이다. 우선 약속한 신규 투자부터 이행해야 한다. 정부도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뒷받침할 부분이 있으면 협력하겠다”고 했다. 머리를 맞대고 풀려고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5000여 노동자와 수만명에 이르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또다시 길거리에 나앉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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