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정부의 자문에 응해오던 범학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책위원회(범대위)가 지난 3일 돌연 해체됐다. 범대위는 대한감염학회 등 의학단체 11곳의 전문가 73명으로 꾸려져 그동안 시의적절한 조언으로 방역에 중요한 구실을 해왔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대한의사협회와 일부 보수 야당·언론이 ‘비선 실세’ 운운하며 정치공세를 벌인 때문으로 알려졌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걸린 위기 상황에서까지 정치적 잣대와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정부와 전문가집단을 헐뜯은 이들의 처신을 강력히 규탄한다. 과연 이런 세력들이 국민의 건강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정중히 사과하기 바란다.
애초 일부 학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 대책회의를 운영해오다,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이를 통합해 범대위를 만들어 지난달 4일 보건당국과 첫 회의를 연 이래 최근까지 훌륭한 조언을 해왔다. 지난달 22일에는 지역사회 전파를 완벽히 차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차단 중심의 ‘봉쇄전략’ 대신 확산을 지연시키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완화전략’으로 바꿀 것과 ‘심각’ 단계로 격상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지금까지 실시되고 있는 등 범대위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선제적인 대안을 제시해왔다.
그런데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등은 지난달 24일 대통령과 방역당국이 오판하게 조언한 ‘비선 전문가’들이 있다며 자문단 교체를 주장했다. 범대위가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제한이 필요 없다고 했다는 등의 주장을 내세웠다. 의사협회 쪽은 범대위에 의협 입장과 다른 주장을 펴지 말라는 취지의 공문까지 보냈다고 한다. 사실상의 ‘협박’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사실이라면 지난 정부 최순실의 존재와 다를 바 없다”는 글을 올려 비판에 동조했다. 일부 언론 역시 비슷한 취지로 ‘코로나 실세’ 운운하는 보도를 했다. 이른바 태극기부대 출신의 최 회장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함께 법적 근거도 없는 긴급명령권 발동을 촉구하는 등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펴기도 했다.
결국 5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의협 집행부의 아집이 선을 넘었다’며 비판하는 글이 올랐다. 과학을 능욕하는 정략은 바이러스보다 더 위험한 독극물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