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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물량 감소에 중소자재가공업체 고사 위기

 

건축 물량이 감소하면서 중소 자재 가공업체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 아파트와 대형 건축물 신축 물량이 줄면서 일감을 나눠주던 대형 자재업체가 직접 제조하는 물량을 늘리면서 일감이 줄어든 탓이다. 현상유지를 목표로 적자를 보면서도 공장을 가동하는 등 제품 품질에 영향을 줄만한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어 우려된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소자재 가공업체가 물량 감소를 견디지 못하고 부도, 폐업 목전에 섰다. 대기업 자재 제조사가 직접 생산보다 하청에 의존하는 유리 가공, 마루 생산이 대표적이다.

유리는 KCC, 한국유리공업이 원재료가 되는 원판유리를 만들면 이를 창호 특성에 맞게 가공하는 과정을 거친다. 창호 제조사 대부분은 중소규모의 가공업체에 하청을 준다. 유리의 가공 수준이 완성된 창호의 에너지 효율, 내구성 등을 좌우하기 때문에 특별히 관리하는 기업도 있지만, 하청을 받은 가공업체가 영세한 공장에 재하청을 주는 일도 부지기수다.

최근 2∼3년간 아파트 준공 물량이 직전 5년 대비 30∼50% 가량 늘어나면서 창호 수요도 폭증, 대형 창호제조사가 직접 생산하기 어려울만큼 물량이 많아 가공업체를 물색해 기계 한, 두대 있는 공장에도 일감을 맡겼다. 그러다 작년부터 물량이 서서히 감소하자 직접 생산하거나 우량 협력사 중심으로 우선 배정하면서 영세한 공장들은 문을 닫기 시작한 것이다.

한 유리가공업계 관계자는 “건설 시장이 완전이 꺾인 지방은 이미 부도나거나 폐업한 공장이 등장했고 물량이 줄어든 대신 이익을 맞추기 위해서 표준 시방서대로 가공하지 않거나 값싸고 품질이 떨어지는 중국산 유리를 가져다 가공하는 곳도 계속 늘고 있다”면서 “물량 감소는 결국 품질 저하로 이어져 아파트의 경우 결로현상, 설치 불량과 같은 하자보수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마루도 상황이 비슷하다.

마루는 건설사가 대형 마루제조사와 계약을 맺으면 이들이 직접 생산과 하청을 겸해 완제품을 만든다. 현재 국내에서 마루 전제품을 100% 자체 생산하는 기업은 한 곳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하청업체에서 만든 제품을 최종 납품한다. 하청업체 중에는 독자적인 브랜드를 갖춘 우량기업도 있지만, 수십년된 기계 한 두대로 영업하는 곳도 적지 않다. 이들에게 돌아가는 물량이 줄면서 업계에서는 올해를 넘기기 힘들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마루제조업체 관계자는 “작년보다 물량이 30% 가량 감소했고, 가격은 40% 떨어졌는데 이 값에도 물량을 따내야 공장을 운영할 수 있는 영세한 곳은 60% 낮은 값에도 일감을 가져간다”면서 “도저히 그 값에는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이런 공장에서 만든 제품이 시공된 현장은 하자보수 민원이 빗발쳐 마루를 뜯고 재시공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대형마루제조업체는 이러한 이유로 하청업체를 통해 생산한 제품의 최종 품질이 떨어지고 하자보수에 따른 재시공 부담이 커지자 특정 제품군의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한 제품군의 판매가 불가능한만큼 그 외 제품의 판매량을 늘리고자 무리한 수주, 할인전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업계는 이러한 현상이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아파트 착공 면적은 작년 1분기 대비 8.6% 감소했으며 동수로는 11% 줄었다. 착공 후 1년 가량 지나면 투입되는 마감재 특성을 감안하면 내년까지 물량이 계속 줄어든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부터 위기라는 말이 있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어려움은 예상보다 크며, 상반기까지 저가에라도 일을 받아 공장을 운영했던 곳들이 하반기에는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정부가 3기 신도시나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당장 줄어든 물량을 늘리지 못해 아무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문수아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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