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특유의 리더십으로 ‘프란치스코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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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특유의 ‘리더십’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프란치스코 효과(effect)’란 말이 나올 정도이다. 신자는 물론 비신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며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리더십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지난해 3월에 즉위한 교황 프란치스코가 불과 약 1년반 동안 이룩한 업적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이다. 최대 업적은 ‘권위와 격식을 버린 가톨릭 교회’다. 교황은 빈자의 교회, 행동하는 교회, 포용하는 교회의 가치를 다시 세웠다. 교황 자신도 노숙자·병자·난민·미혼모 등에게 가리지 않고 다가갔다. 심지어 동성애자에 대해 “내가 뭔데 심판하겠는가”라고 하고, 무신론자에 대해선 “양심에 따라 살면 된다”고 말해 교단 보수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기까지 했다.

교황은 신도와 일반인에게는 더없이 인자하고 유머러스하기까지 하지만, 교회의 관료주의와 형식주의에 대해서는 혹독할 정도로 비판적이다. 교황이 이른바 ‘이미지 정치’ 차원에만 머물지 않고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받는 이유다. 교황은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 출신 추기경들을 대거 새로 임명했으며, 국무원장 교체 등 교황청 대규모 인사를 단행해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그런가 하면 이탈리아 정·재계는 물론 바티칸과도 뿌리깊은 인연이 있는 마피아를 향해 공개적으로 파문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교황의 파격 행보는 전임 베네딕토 16세는 물론, 지금까지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교황이었던 요한 바오로 2세도 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리더십에 주목하면서, 그의 리더십 스타일을 세속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배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특히 문제가 많은 거대 조직의 책임자 자리를 넘겨받은 사람이라면 ‘교황 리더십’을 눈여겨보라는 것이다.

교황 리더십의 첫 번째 특징은 소박함이다. 교황은 즉위 직후부터 전임자들이 신었던 명품 브랜드 프라다의 붉은색 구두 대신 평소대로 검은색 구두를 착용하고 있으며, 교황궁 대신 바티칸 내 게스트 하우스에서 지내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서류가방을 직접 들고 다니며, 자동차 역시 전임 베네딕토 16세가 타던 메르세데스 벤츠 대신 포드사의 중형차 포커스를 탄다. FT는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이 같은 행동들이 일반 대중들의 신뢰를 얻는 데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지도자의 소박함이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다. FT에 따르면, 미국 국민들이 1970년 말 이란 주재 미국대사관 인질사건 등으로 깊은 회의주의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의 소박한 리더십은 오히려 역효과를 냈고, 후임자인 로널드 레이건에게 쏠리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행보와 반응을 볼 때 교황이 제2의 카터가 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FT는 덧붙였다.

두 번째는 신속하고도 대담한 과오 인정이다. 교황은 연설에서 “교회가 딱딱한 공식의 죄수가 돼 버렸고, 과거에 매달려 새로운 문제에는 답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하곤 한다. 교황은 이처럼 교회의 문제점을 솔직하게 인정함으로써, 새로운 출발의 명분과 힘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FT는 평가했다.

세 번째는 겉치레를 버리고, 조직의 세부사항에 집중하는 점이다. 첫 번째 ‘소박함’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지도 하지만, 교황은 겉치레를 과감히 타파하고 조직을 꼼꼼히 챙기며 장악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난 1년반이 일종의 ‘허니문 기간’이었다면, 본격적인 도전은 이제부터이다. 교회 개혁 과제가 아직도 산더미인데다가, 가톨릭 사제 성추행 스캔들에 대해 보다 과감히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많다. 여성, 피임, 낙태, 동성애 역시 교황이 앞으로 풀어내야 할 난제들로 꼽힌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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