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회비 안내도 된다' 인식 확산…모금액 감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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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6.04.12. 오전 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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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이미지 커지자 모금횟수 줄이고 정기후원제 집중 홍보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경기지역 적십자회비 모금액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의무도 아닌데 고지서처럼 오는 것이 싫거나 사용처에 대한 의구심이 많은 사람이 납부를 거부하는 등 당연히 내는 줄로만 알았던 적십자 회비가 이제는 내지 않아도 되는 선택적 납부 성금으로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적십자사도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하자 개인이나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정기후원 회원 모집으로 모금 운동의 방향을 바꾸고 모금횟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 "무슨 세금고지서도 아니고"…지로용지 거부감 확산

해마다 12월 연말이 가까워 오면 집집이 노란색 우편물이 배달되곤 한다. 대한민국 가구주라면 누구나 원하든 원치않든 받아보게 되는 적십자회비 납부통지서.

예전에는 당연히 내는 것인 줄 알고 아무 생각없이 연말 공과금을 낼 때 함께 내곤 했던 적십자사 회비는 의무 납부 사항이 아니다.

수원시 권선구에 사는 황모(42·여) 주부는 5년 전부터 적십자사 회비를 내지 않고 있다.

아파트 우편함에 지로 용지가 들어 있으면 한번 슬쩍 보고 적십자사 회비 모금 지로면 아예 집으로 가져가지도 않고 그냥 우편함에 놓아둔다.

다른 가구의 우편함에도 가져가지 않고 버림받은 적십자회비 모금 지로가 방치된 모습은 낯설지 않다.

황씨는 "자율적으로 성금을 내는 것이면 몰라도 마치 전화요금이나 수도요금처럼 당연히 국민이 내야 하는 것인 양 '성금 고지서'를 배달시키는 게 싫다"면서 "대신 해외아동 후원기관에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TV제공]

적십자 회비 관련 카페 글을 포털사이트에서 찾아보면 황씨처럼 고지서마냥 날라오는 게 싫다거나 내가 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믿을 수 없어 내지 않는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일부 지역에서는 통장 등이 집집이 돌며 회비 납부를 독려하는 것이 보기 싫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감소하는 모금액…후원제도로 방향 전환

경기도지역 적십자회비는 작년까지 한 가구에 8천 원이었다. 전국 지역마다 조금씩 금액이 달랐지만, 올해부터 1만 원으로 전국이 똑같이 적용된다.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에 따르면 경기지역 모금액은 해마다 감소추세를 보인다.

2012년 105억 1천900만 원이던 모금액은 2013년 101억 3천700만 원으로 3억 8천만 원이 줄어든다.

이후 2014년 102억 2천200만 원으로 잠시 증가하는가 싶더니 2015년 89억 4천만 원으로 급감한다. 올해도 4월 1일 현재 87억 5천300만 원으로 작년보다 줄었다.

올해 목표액 90억 원의 97%가량을 달성한 액수로, 전체 시도 가운데 경기도 모금액이 가장 많다는 점이 적십자사 경기지사에는 그나마 위안이 된다.

적십자사 모금은 연중 캠페인이 진행되지만, 전년도 12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가 집중 모금기간이어서 일 년 전체 모금액의 대부분을 이 기간에 모은다.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의 재원전략팀 손민성 대리는 "이제는 국민이 모두 적십자사 성금은 안내도 된다고 알고 계시다. 그래서 일반회비 모금부분이 줄어 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적십자 회비는 준조세가 아니라 국민이 자발적으로 내는 성금이고, 모금액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하는 부분을 국민들께서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대한적집사자 경기지사는 지난해 정부의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도내 위기가정 141곳에 2억9천만원을 지원하고, 노인과 다문화가족 등 취약계층 6천980가구에 생활물품을 전달했다.

[연합뉴스TV제공]

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나 화재, 풍수해 이재민 7만명을 대상으로 구호활동도 벌였다.

적십자사는 국민들의 오해를 줄이고 자발적인 성금 모금을 강조하고자 올해부터 4차에 걸친 모금 활동을 2차례로 줄였다.

예전에는 1차 우편발송을 하고 행정기관 모금위원인 통장과 이장이 각 가구를 찾아가 회비 납부를 독려했다면, 올해부터는 1차에 모금위원이 찾아가 지역사회 복지를 위해 내달라고 홍보활동을 한다.

이어 주소지가 바뀌었거나 1차 때 만나지 못한 주민에게만 선별적으로 우편으로 지로용지를 발송한다.

또 지로용지나 모금위원을 통해 정기후원제도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정기후원은 기본 3만원을 권장하고 있으나 개인에 따라 연간 5천원에서 10만원까지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

회비모금액이 감소하는 것과 달리 정기후원회원은 해마다 그 수와 후원금액이 증가하고 있다.

회원수는 2012년 2만8천984명에서 2013년 3만1천606명, 2014년 3만3천815명, 2015년 3만4천267명, 올해 4월 1일 현재 3만4천737명으로 늘었다.

후원금액도 2012년 15억8천500만원, 2013년 22억8천800만원, 2014년 30억5천700만원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적십자회비는 1949년 당시 명예 총재인 이승만 대통령이 전쟁고아, 전쟁 부상자들의 구호를 위해 100만 적십자 회원모집을 목표로 전 국민에게 성원을 당부하는 선포문을 발표하면서 최초로 시작돼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hedgeho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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