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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듀폰 반도체 소재 공장 유치가 주목되는 까닭

입력 : 
2020-01-10 0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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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화학 소재 기업 듀폰이 2800만달러(약 328억원)를 투자해 한국에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생산공장을 건설한다. EUV용 포토레지스트는 지난해 7월 일본이 한국 수출을 통제한 3대 품목 중 하나다. 공장은 천안에 세워지며 이르면 내년부터 국내 조달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듀폰의 한국 투자는 외자 유치가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성사됐다는 점에서나 반도체 핵심 소재의 일본 의존도를 낮추게 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은 JSR, 신에쓰화학, 도쿄오카공업(TOK) 등 일본 기업으로부터 포토레지스트 90%를 수입해왔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3대 규제 품목 중 포토레지스트만 개별허가에서 특정포괄허가로 완화하기는 했지만 수입처 다변화에 성공한 것은 의미가 크다. 이번 투자는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소재·부품의 '탈(脫)일본'이 필요했던 우리 정부와 EUV용 포토레지스트 성장에 발맞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듀폰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쪼그라드는 외자 유치에 반전 기회를 마련한 것도 성과다.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전년보다 13% 줄어든 233억3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외국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혜택을 지난해부터 폐지한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여기에 친노동 환경과 각종 규제가 겹치면서 한국의 투자 매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소재 공급 안정화를 위해 듀폰과 직접 접촉했고, 성윤모 산업부 장관이 9일 실리콘밸리에서 존 켐프 듀폰 사장과 개별 면담을 통해 투자협상을 최종 확정했다고 한다. 정부가 무작정 기다렸던 관행을 깨고 외국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제안한 것은 고무적이다. 정부는 이번 듀폰 투자를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와 소·부·장 공급처 다변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환경 규제 등 외국 기업들이 꺼리는 투자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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