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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학은 시간 앞에서 패배한다"

김슬기 기자
입력 : 
2016-02-16 17:05:26
수정 : 
2016-02-17 10: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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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화된 한국문학사 비판…이광호 평론집 `시선의 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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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역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문학사'도 마찬가지다. "역사에 대한 정의 내리기는 언제나 저 미세한 시간, 저 무한의 시간 앞에서 패배한다." 중진 문학평론가 이광호(53·서울예대 문창과 교수)의 고백이다. 평론집의 서두를 이렇게 열며 그가 새로운 문학사를 써냈다. 이름하여 '시선의 문학사'(문학과지성사)다.

한국 근대 문학을 역사적으로 구성하는 노력은 두 개의 큰 줄기 아래 수렴해왔다. 기존의 근대 문학사는 1930년대 임화의 '신문학사'와 1970년대 김윤식·김현의 '한국문학사'라는 큰 이론적 자장 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임화는 한국 근대 문학은 '이식문학'으로 이해했고, 김윤식·김현은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 즉 '내재적 발전론'이었다.

하지만 광복, 분단, 전쟁 등 복합적인 한국 근대성의 바탕에서 배양된 한국 문학의 과거를 극복하기 위해 이광호가 제시한 문학의 틀은 '시선'이다. 시선은 '차이' '작음' '다중성'에 가닿는다.

시선의 관점에서 문학사를 설명한다면, 과거의 두 입장은 한계를 가진다. 과거 근대적 국민국가를 향한 열망은 식민지와 분단 상황에서 왜곡된 '내면화' 과정을 밟았다며 그는 신화화된 과거를 향해 날카로운 비판의 시선을 정립한다.

예를 들어 이광수에서 강경애에까지의 한국 소설은 많은 한계를 갖는다.

"이광수에게는 민족 공동체 구성을 위한 민족 개조는 제국의 파시즘적 시선과 착종되어 있었으며, 김동인에게 미적인 것의 절대성은 남성 주체의 도덕적 우월성이라는 식민주의적 시선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식민지 경성 거리를 유동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박태원의 소설에서도 "군중과 여성이라는 타자에 대한 시선 체계는 제국의 시선 체계와 분리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의 시선에서는 김소월과 정지용, 백석, 김기림 등의 탁월한 시들 또한 식민화된 미적 환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 문학사에서 가장 억압된 것은 '여성 문학사의 시간'이다. 남성 중심적인 문학 제도에 의해 주도된 한국 문학은 근대 여성을 도시 풍경의 일부로 만들고, 매혹과 혐오의 시선으로 그려왔다는 것이다.

이광호는 "'문학의 진화=국민국가의 진화'라는 거대 이념 안으로의 봉합은 한국 근대 문학의 출발에 있어 기본적인 모순을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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