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의 맞대응 조치 발표, 일본이 자초한 일이다

2019.08.12 20:36 입력 2019.08.12 22:29 수정

정부가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정부는 12일 이 같은 내용으로 전략물자수출입고시를 개정해 9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현행 고시는 화이트리스트 대상인 ‘가 지역’과 나머지 국가들인 ‘나 지역’으로 돼 있다. 개정을 통해 이를 3지역으로 세분화하고 일본을 ‘가의2’로 분류하기로 했다. 종전의 가 지역 국가들은 대부분 ‘가의1’로 분류돼 우대조치를 받지만 일본이 속할 ‘가의2’ 국가는 나 지역에 준하는 통제를 받는다. 즉 우대조치인 사용자포괄허가는 예외적으로만 인정되고, 수출 필요서류와 심사기간이 늘어난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고시 시행 전에 “일본이 요청하면 협의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협상의 문은 열어놓은 것이다.

정부의 이번 고시 개정은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행한 일련의 조치의 판박이이다. 일본은 전략물자 수출입 법령을 바꾸면서 한국만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고, 법령변경은 자국의 권한이라고 했다. 이에 한국도 일본을 상대로 동일한 방식으로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시켰고, 국내법령 개정은 한국 정부의 고유권한이라고 했다. 가만히 앉아서 불이익을 감당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한국의 조치는 일본이 자초한 것이다.

정부가 일본에 정면 대응하는 것은 ‘일본의 도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대내외로 밝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칫 미온적인 대처로 나갈 경우 일본의 제2, 제3의 도발을 부르고 끌려가는 인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베 정권의 명분 없는 도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자신감도 반영됐을 것이다. 일본은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제외의 이유로 전략물자 관리 부실을 내세웠지만 확인 결과 한국보다 일본이 훨씬 더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이 외교적 사안인 과거사 문제에 경제보복 조치를 내려 자유무역 질서를 깬 것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당장의 갈등 고조는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한·일 간 경제전쟁의 장기화는 양국 모두에 좋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가 커진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경제적 피해뿐만이 아니다. 벌써부터 민간교류가 끊기고 수십년간 쌓아온 신뢰관계에 금이 가고 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주권국가로서 상대국의 도발에 따른 당연한 대응이다. 하지만 일본이 이에 강력 반발할 경우 자칫 ‘강대강’이 부딪치는 치킨게임으로 흐를 위험성이 있다. 양국 모두 협상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병행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이 같은 자세는 먼저 도발한 일본에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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