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신뢰 잃은 중국경제…대규모 자본유출 공포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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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6.01.07. 오후 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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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증시 패닉 / 中증시 올들어 벌써 두번째 조기 폐장 ◆


지난 4일 중국 증시에서 서킷브레이커 제도가 도입된 첫날 거래에서 상하이 증시가 7% 가까이 폭락하며 사상 처음으로 조기 폐장했다. 중국 당국은 시장을 떠받치기 위해 기관투자가들을 동원해 다음날 바로 시장 개입에 나섰다. 지수는 회복됐고 시장은 충격에서 벗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안도할 틈도 없이 7일 중국 증시는 대폭락을 재연한 끝에 다시 29분 만에 조기 폐장하는 사태에 직면했다.

위안화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말부터 연일 위안화 하락세가 이어져 시장 참여자들이 투매 양상을 보이자 인민은행은 지난 5일 국유은행 등을 동원해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하지만 6일과 7일 위안화 가치는 연속해서 떨어져 5년여 만에 최저치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자 인민은행은 시장 개입에 손을 놓은 채 오히려 7일에는 고시가격을 0.51% 떨어뜨렸다.

위안화와 주가지수 동반 폭락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결국 한 가지로 압축된다.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엷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성장률이 7~8%에 달할 때는 고성장이 모든 비관론과 위기를 덮어버릴 수 있었지만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중국 내 연구기관들은 작년 중국 경제가 6.8~6.9% 성장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90년 이후 25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올해는 이보다 더 상황이 안 좋다. 중국 관영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올해 성장률로 6.7%, 국제통화기금은 6.3%를 제시한다.

문제는 성장 둔화에 대응하는 중국 정부의 의지와 수단이 모두 부족하다는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지난달 중앙경제공작회의를 열어 '공급 측면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국유기업 개혁 등을 통해 경제 혈맥을 뚫겠다는 의미다. 농촌 주민의 도시 거주 규제 완화를 통한 부동산 부양 조치와 재정적자 확대가 포함되기는 했지만 시장에서 기대한 '화끈한' 경기 부양 기대에는 못 미쳤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로 통화정책 운신 폭도 좁아졌다. 중소기업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선 기준금리를 내려야 하지만,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마당에 중국만 금리를 내리면 자칫 외자 유출과 같은 역풍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중동 정세가 더욱 악화되고 북한 핵실험과 같은 돌발 변수까지 더해져 중국은 새해 벽두부터 퍼펙트 스톰에 직면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최대 위기로 위안화의 급속한 절하와 자본 유출을 꼽기 시작했다.


지난달 중국 외환보유액이 1000억달러나 급감하면서 위안화 추가 절하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작년 12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전월 대비 1000억달러 줄어든 3조3300억달러로 집계됐다고 7일 발표했다.

외자 유출 논란이 일자 인민은행은 "여전히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고, 금융시스템이 안정돼 있기 때문에 위안화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위안화 절하 추세를 꺾기엔 역부족이라는 진단이다.

중국 최대 증권사인 중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2016년 중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위안화 절하와 이에 따른 유동성 부족"이라고 경고했다. 위안화 절하로 외국 자본이 급속히 빠져나가 시중 자금난을 심화시키고 이 때문에 중소기업 줄도산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것. 최근 증시 폭락도 위안화 절하에서 촉발된 파급효과가 실물경기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반영하는 것이다.

텅쉰망은 7일 "실물경기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외국 자본 유입도 멈추고 오로지 외환보유액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국 금리 인상 기조와 위안화 가치 절하로 당분간 외자 유출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최근 중국 당국의 움직임을 보면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지 않고 오히려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8거래일간 위안화 고시가격을 연달아 낮췄다. 당국 의도를 확인한 시장참여자들이 앞다퉈 위안화를 팔아 절하 속도가 빨라졌다는 진단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중국이 의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절하하고 있다"며 "올해 3500억~4500억달러 정도 외자가 유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외환보유액의 10% 넘는 자본이 올 한 해 중국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인민은행이 위안화 절하를 단행한 작년 8월에도 중국은 1000억달러에 달하는 외자 유출을 경험한 바 있다.

중국 경제매체 허쉰은 당국이 위안화 약세를 용인할 수 있는 '믿는 구석'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저유가와 원자재값 폭락이다. 원자재 수입 부담이 줄어든 상태에서 위안화를 절하하면 제조업체 수출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 물가상승률도 여전히 1%대로 낮은 수준이고 올해 4000억달러로 예상되는 무역흑자도 외자 유출분을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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