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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위기> 미래없는 조국 떠나는 그리스인…새 삶 찾아 호주로

송고시간2015-07-0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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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2차 대전 직후 '호주행 엑소더스' 이어 또다시 이민 행렬"

<그리스 위기> 미래없는 조국 떠나는 그리스인…새 삶 찾아 호주로 - 2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만 명의 그리스인들이 고국을 등지고 새 삶을 찾아 '다운언더'(Down Under·호주와 뉴질랜드를 가리키는 말)에 정착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현재 또다시 많은 그리스인들이 국가부도 상태를 맞은 고국의 경제 위기를 피해 호주로 떠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무렵 시작된 그리스 금융위기 이후 호주로 이민 간 그리스 국적자 또는 그리스·호주 이중국적자는 1만 명에 달한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중국적자들이 대부분 경제 호황인 그리스로 이주하는 것을 택했으나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지난해 가족들과 함께 호주 멜버른으로 이주한 오딧세아스 치브라코스는 FT 기자에게 "모두가 미래가 없다고 믿는 사회에서는 누구도 살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린 사치스럽게 사는 것은 바라지도 않은 행복한 사람들이었으나 경제 위기가 그리스 사회를 바꿔놓았다"며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사람들은 분노하고 실망했다"고 토로했다.

사립학교 교사였던 그는 "경제 위기 이후 6개월마다 임금이 10%씩 깎였다"며 "부모들이 실직하면서 자녀 학비를 대지 못해 (교사들 임금이 깎이는) 악순환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멜버른은 그리스 밖 도시들 가운데 그리스 출신 거주민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다.

멜버른의 그리스이민자협회는 "수년간 규모가 줄어들던 협회에 다시 활력이 생기고 있다"며 "매일 그리스로부터 호주 이민방법에 대한 문의가 들어온다"고 전했다.

이민자가 늘어나면서 멜버른에 그리스어학교 1곳과 그리스정교회 2곳이 최근 새로 문을 열었다. 멜버른 지방정부는 형편이 어려운 이민자를 위해 관련 단체에 40만 달러를 지원하기도 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이 1990년대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던 시드니로도 그리스 이민자들이 몰리고 있다.

석 달 전 시드니로 이주한 일리아스 차칠라자루는 "경제위기 때문이 아니라 그리스의 질서 붕괴와 범죄 증가 때문에 이주를 택했다"며 "시리자 정권은 거짓말만 늘어놓고 유럽은 우리를 돕지 않는다"며 양측 모두에 강한 분노를 나타냈다.

호주행을 택하는 이민자들 대부분이 '고급 인력'이라는 점은 그리스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하는 부분이다.

2년 전 시드니로 온 교육심리학자 이오아니스 칼라이치디스는 "두뇌유출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민을 결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고학력자이기 때문에 그리스로서는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이민자들의 걱정도 깊어졌다.

칼라이치디스는 "유럽 바깥의 그리스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그리스에게뿐만 아니라 남유럽과 지중해 동부의 전략적 안정성에도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치브라코스는 "그리스는 지금 자국민을 굶기지 않을 능력조차 없다"며 "부모 형제를 위기 속에 남겨두고 나만 잘 살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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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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