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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인구 문제, 인식의 변화 있어야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1.06 17:08

수정 2016.01.06 17:08

[fn논단] 인구 문제, 인식의 변화 있어야

개발연대를 거치면서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대표적 변화로는 '기적'으로도 불리는 경제성장을 들 수 있겠다. 그 외에도 많은 경제적·사회적 변화가 있었겠지만 우리의 미래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인구'를 꼽을 수 있겠다. 필자가 유년시절 1970년대로 다시 돌아간다면, 인구 부족을 우려하는 현재의 한국 사회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그 반대, 즉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 부족과 일자리 부족 등의 어려움을 염려하는 것이 정상적일 것이다. 당시의 각종 자극적인 가족계획 표어들을 생각해보면 지금의 상황은 너무 생경하다.
예비군훈련장에서 정관수술을 하면 훈련을 면제해주던 풍경과 다자녀 출산 시 장려금과 각종 혜택이 부여되는 풍경 간의 시간적 간극은 한 세대가 채 되지 않는다. 그 빠른 속도에 우리는 미처 적응하지도 못했고 효과적인 대책을 세우지도 못했다.

이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정책적 노력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우리의 인식 변화도 매우 중요하다. 가령 지난해 12월 정부가 심의한 '대한민국 중장기경제발전전략'에서는 '동거관계 등록제' 도입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프랑스를 벤치마킹한 이 제도는 비혼(非婚).동거가족에게도 결혼가정과 동일하게 사회적·법적 지위와 각종 복지혜택을 부여함으로써 다양한 가족 형태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출산율 제고에 힘을 보태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 사회가 이를 수용할 만한 인식의 변화를 보일 것인가.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상당히 논쟁적인 제도가 될 것이며, 설사 형식적으로 비혼.동거가족을 인정하더라도 여전히 차별적 시선은 존재해 당사자들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이민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또한 어떠한가. 지금의 추세대로 간다면, 즉 출산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지지 않는 한 이민을 대폭 확대하지 않고서는 현재의 생산가능인구를 유지하기 어렵다. 지금처럼 일정기간만 해외근로자를 활용하고 다시 돌려보내는 순환형 정책으로는 '정주(定住)효과'(인구축적효과 및 소비효과 등의 경제적 효과)를 충분히 내기 어렵기 때문에 적극적 이민정책이 필요하다. 만약 생산가능인구 감소분만큼을 이민으로 보충한다고 하면 시간이 갈수록 필요한 이민자는 늘어나 장기간에 걸쳐 매년 수십만명의 이민을 수용해야 할 것이다.

과연 우리 사회가 많은 이민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이민자에 대해 호의적인가. 현재의 사회 분위기를 보았을 때는 부정적이다. 특히 유럽에서 겪은 이민자들과의 사회적 갈등이 한국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광범위하게 깔려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도 적극적 이민정책을 펼치지 못하고 있으며 고학력.전문인력 중심의 이민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해외의 고학력.전문인력에게 아주 매력적인 사회도 아니며 이들만으로 인구감소분을 보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다양한 계층의 이민자 수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좋든 싫든 다문화 사회의 개방형 국가로 탈바꿈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역동성을 잃고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또한 우리의 인식 변화 또는 가치관의 변화도 이에 걸맞게 이뤄져야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저출산.고령화의 빠른 속도만큼이나 빠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미래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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