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피해자 권리 무시되고 한·일 갈등 심화된 징용 판결 1년

2019.10.30 20:47 입력 2019.10.30 20:54 수정

한국 대법원이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한 지 30일로 1주년을 맞았다. 당시 대법원은 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11 대 2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됐다며 도리어 한국을 상대로 경제보복을 강행했다. 이후 한·일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과거사를 정리하지 못한 한·일관계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낸 1년이었다.

일제의 식민지배와 신일본제철의 반인도적 행위로 피해자들이 받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피해자들은 60년 넘게 기다린 끝에 2005년 한국 법원에 첫 소송을 제기했고, 13년여 만에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사이 원고 4명 중 이춘식씨 혼자 생존해 있다. 1년이 되도록 법적으로 인정받은 권리를 실현하지 못한 것은 너무나 부당하다. 게다가 신일철주금 등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에 대한 압류 절차가 중단된 상태이다. 자산 매각을 위해서는 일본 기업에 압류명령서를 보내야 하는데 일본 외무성이 특별한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이를 반송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 행위나 다름없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일본 정부의 비상식적인 입장 탓이다. 일본 정부는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을 국가 간 협정으로 소멸시킬 수 없다는 국제인권법의 기본을 무시하고 있다. 1991년 야나이 슌지 일본 외무성 조약국장 등도 개인의 청구권은 살아있다고 밝히지 않았는가.

징용 피해자들의 배상금 현금화 조치가 연말이나 내년 초에 마무리될 수 있다. 일본 기업의 자산 강제 매각이 현실화하면 한·일 갈등은 한층 더 격화된다. 그런 상황에 이르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난 24일 일왕 즉위식을 계기로 평행선을 달리던 양국 관계가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신조 총리 회담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현실적인 방법은 한국 정부가 제시한 ‘1+1’(한·일 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위자료 지급)안을 토대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양쪽 입장을 절충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일본 정부가 한국이 먼저 입장을 달리해야 한다는 태도부터 바꾸어야 한다. 12월에는 한·중·일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다. 양국은 갈등 해결의 접점을 찾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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