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원 안팎으로 확산되는 ‘양승태 사법농단’ 규명 요구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법원 내부는 물론 외부로도 확산되고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다음달 11일 임시회의를 열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논의키로 했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법·서울가정법원·인천지법 등은 각각 판사회의를 개최한다.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는 30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해 고발장을 제출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의혹 문건에 등장하는 사건 당사자들도 의혹에 연루된 인사들을 공동 고발키로 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최기상 의장은 30일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행위로 직접 고통을 겪은 분들, 그리고 사법부와 법관에 신뢰를 보내준 국민들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사과했다. 그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상응하는 조치 없이는 사법부의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며 “대법원장께 헌정유린행위 관련자들에 대해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재판거래 의혹 문건에 거론된 당사자들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긴급조치피해자모임·키코 공동대책위원회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또 아직 공개되지 않은 파일 410개도 모두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일부에서 문건 내용이 확대해석돼 사법 불신을 가중시킨다고 주장하는 모양이다. KTX 해고노동자들의 대법원 대법정 농성을 ‘판결 불복’으로 몰아붙이고, 향후 모든 재판의 정당성이 의심받을 수도 있다는 논리를 편다. 어처구니없는 본말전도이다. 사법 신뢰를 훼손한 이는 사건 당사자들이 아니다. 이른바 ‘엘리트 판사’들이다. 백보 양보해 ‘판결 후 행정처 차원에서 거래를 시도하려 한 아이디어일 뿐, 실행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맞다고 치자. 그렇다 해도 본질적으로 달라질 건 없다. 판결은 어떤 경우에도 흥정의 수단이 될 수 없다. 재판 이후에라도 판결을 두고 청와대와 거래하려 했다면, 그 자체가 반인권적·반헌법적 행위다. 이런 문건이 작성된 사실만으로도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믿음은 무너져내렸다. 없었던 일처럼 덮어버린다고 믿음이 되살아나지는 않는다.

최종 심판자인 법원이 검찰의 수사대상이 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상황이 여기까지 이른 건 다른 누구의 책임도 아닌, 사법부의 책임이다. 법관들의 통렬한 자성과 김명수 대법원장의 조속한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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