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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n번방` 같은 디지털성범죄 처벌기준 대폭 높여야

입력 : 
2020-03-25 0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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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을 포함한 피해자를 협박해 음란물을 찍게 하고 이를 온라인상에서 판매하는 디지털성범죄 실상이 충격적이다. 지난해 9월부터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의 성 착취 대화방을 수사해온 경찰은 지금까지 124명을 검거하고 이 중 18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같은 대화방의 시초는 여러 개 채팅방을 만들어 음란물을 올린 'n번방'이며 이후 여러 개의 모방 대화방이 생겨났다. 최근 구속된 조주빈 씨가 운영한 '박사방'은 그중 성 착취 정도가 가장 악랄했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피해자들을 유인해 나체 사진을 받아낸 뒤 이를 빌미 삼아 또 다른 성 착취물을 찍게 했다. 관련 피해자가 70여 명에 이르고 미성년자가 10명 이상 포함돼 있다. 그는 암호화폐 결제를 통해서만 채팅방에 입장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기도 했다. n번방 운영자 중 한 명인 30대 직장인 전 모씨는 1만건이 넘는 음란물을 전시했는데 이 중에는 미성년자 대상 영상 100여 개가 있다.

당사자 의사에 반해 음란물을 찍고 이걸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이들 중 일부는 피해자를 '노예녀'로 표현하기도 했는데 그야말로 현대판 성노예요, 디지털 세계의 인신매매다. 피해자의 인생이 유린됐다. 포르노가 산업으로 존재하는 구미 선진국에서도 성 착취, 특히 아동 음란물은 심각한 범죄로 인식된다. 여성단체 추계에 따르면 n번방 등을 통해 영상을 내려받은 이용자가 26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일종의 집단 성폭력이다. 이런 수요가 있기 때문에 n번방 같은 독버섯이 생겨난 것이다. 현행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은 아동 관련 음란물 소지자를 1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아동 음란물에 대한 양형기준 강화뿐 아니라 디지털 집단 성폭력에 대한 새로운 개념과 죄명 도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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