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충격> ④ 인공지능에 '공포심'도…윤리·법제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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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6.03.15. 오전 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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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불러올 2차 산업혁명은 엄청난 변화 초래"…로봇윤리규범 둬야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임기창 이보배 기자 =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AlphaoGo)의 바둑 대결을 지켜본 인류는 상상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의 발달 가능성에 경이로움과 더불어 두려움을 느꼈다.

인간이 하던 일을 대부분 인공지능이 대체해 노동시장에서 인간이 설 자리가 없어지지 않겠느냐는 가시적 우려는 물론, 특정한 목표의식이나 의지를 갖춘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지 모른다는 극단적 상상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공상과학 소설의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는 일찍이 이런 가능성을 우려했는지 1942년 소설 '런어라운드'에서 로봇이 지켜야 할 '3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1.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가하거나 위험에 빠진 인간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2. 첫 번째 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3. 첫 번째와 두 번째 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학자들의 관점에는 각자 차이가 있다. 특히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협할 가능성을 두고는 시각차가 뚜렷한 편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어떤 세상을 불러오든 그 여파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대체로 같다.

김대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인공지능 발달이 초래할 '2차 산업혁명'을 교육과 복지 관점에서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 교수는 영국에서 시작된 1차 산업혁명으로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긴 했지만, 국가 소득이 농업뿐 아니라 산업과 중공업에서도 나오면서 공교육, 사회보장제도 도입 등 큰 혁신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공지능이 불러올 2차 산업혁명도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이 시기 학교에 다닌 사람들이 노동시장에 들어올 때는 자신들보다 국어·영어·수학을 잘하는 기계와 경쟁해 일자리를 얻어야 한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19세기 사회보장제도는 많은 국민이 노동하다 60세 전후 은퇴한다는 가정 아래 만들어졌다"며 "국민의 50%가 일하지 않고, 젊은이가 점점 줄고, 100세까지 사는 시대에 대비해 사회보장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알파고에게서 문제를 푸는 능력 외에 인간과 같은 자유의지가 확인되지 않은 이상 이번 대국과 '기계의 인간 지배' 가능성을 연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알파고' 허사비스 "AI 사용에 책임�윤리 필요"(CG)[연합뉴스TV 제공]

정 교수는 "데이터화한 인간의 모든 행동을 인공지능이 학습하면 아름다움 등 인간의 주관적 선호까지 구현할 수도 있다"면서도 "사회적 맥락 이해나 복잡한 의사 결정, 예술적 판단 등에 이르려면 멀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탑재한 기계의 윤리 문제에도 일찍부터 대비해야 한다고 정 교수는 조언한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로봇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 가르칠 생각을 하고, 법·제도적 통제 장치를 마련할 논의를 이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이나 로봇 개발과 그에 관련한 논의가 기술·이윤 측면을 주로 보는 과학계와 산업계 중심으로 이뤄진다며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인문사회과학자들이 동참해 윤리규범이나 법령을 제정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백종현 서울대 철학과 명예교수(한국포스트휴먼학회 회장)는 "과학기술이 시민 생활에 적용될 때 예상되는 파장을 놓고 인문사회과학계에서도 반응할 수 있다"며 "입법가들이 과학기술계나 산업계뿐 아니라 그런 입장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로봇이나 인공지능 관련 과학기술 연구를 진행할 때 해당 기술이 인류에 미칠 영향을 인문사회과학자들에게 별도 연구 프로젝트로 주고, 과학 분야의 연구 결과와 함께 이 부분을 정책 결정이나 입법에 반영하자는 제안이다.

백 교수는 "법이 한번 만들어지면 모든 이에게 구속력을 지니므로 제정 과정에서부터 여러 시각을 고려하자는 것"이라며 "인문사회과학계도 과학기술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계속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기의 대국>이세돌 마침내 첫 승 (서울=연합뉴스)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이 열리고 있다. 이세돌 9단은 180수 만에 알파고에 대망의 첫 승을 거뒀다. 2016.3.13 [ 구글 제공 ] seephoto@yna.co.kr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도 효율성과 생산성이라는 기업 논리만 염두에 두고 인공지능을 도입하면 인류의 재앙이 될 것이라면서 선제적으로 윤리적 규제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인터넷이 도입됐을 때 실명제를 뒤늦게 도입하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쳐 부작용이 많았다"며 "인공지능이 5∼10년 안에 일상화할 가능성이 있다면 사회·문화적 파급 효과를 일찍 예측하고 윤리적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중원 서울시립대 철학과 교수는 "지금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인공지능 기술을 모든 영역에 사용하도록 하기보다 인간이나 사회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해서는 규제하는 '로봇 윤리규범'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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