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M출동] 의류업계 관행? 비싼 브랜드, 시장 옷 '라벨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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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5.12.19. 오후 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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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앵커 ▶

소비자들이 비싼 값을 지불하면서 백화점에서 브랜드 옷을 사는 이유.

아무래도 브랜드업체에서 만든 옷은 시장에서 파는 옷보다는 디자인도 독특하고 품질도 나을 거라는 믿음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백화점에 걸려 있는 옷이 사실은 시장 여기저기서 파는 옷과 똑같은 것이라면 여러분 어떻겠습니까?

브랜드 옷의 비밀을 신정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새벽 1시, 활기가 넘치는 동대문 도매상가.

좁은 통로 양쪽으로, 옷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도매상들이 빽빽이 늘어섰습니다.

그런데 그 중 여러 명이 자신이 파는 옷은 백화점 유명 매장에서도 같이 팔린다고 자랑하듯 이야기를 꺼냅니다.

[의류 도매상]

"백화점 브랜드 들어가요. 한두 군데가 아니야. 이거는 엄청 많이 들어가요."

[의류 도매상]

(브랜드 어디 들어간 거예요?)

"얘네는 00 들어갔고요. 얘네는 00."

백화점에 가봤습니다.

검정과 회색 천이 지그재그로 디자인된 원피스, 흰색 리본이 달린 긴 니트, 회색과 흰색, 하늘색이 섞인 앙고라 니트, 동대문에서 본 것과 비슷한 옷을 여러 벌 발견했습니다.

감쪽같이 잘 베낀 건지, 정말 같은 제품인지, 디자인과 소재, 재봉기법 등을 꼼꼼히 따져봤습니다.

[이재길/한국의류산업협회 관리팀장]

"부자재의 어떤 부착 방식이라든가 사용된 재질까지가 다 동일하기 때문에, 단일 제조자에 의한 생산 외에는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엄연히 같은 옷인데도 동대문에 있던 옷은 백화점 매장에 걸리며 값이 껑충 뛰었습니다.

도매가 2만 2천 원이던 원피스는 5배, 2만 6천 원짜리 앙고라 니트는 7배, 7천 원에 산 이 목도리는 12배가 넘는 가격표를 달았습니다.

이른바 '라벨갈이'.

브랜드 의류업체가 동대문 시장 등에서 이미 나와있는 옷들을 구매해 라벨을 뗀 뒤 직접 만든 것처럼 자신의 라벨을 붙여 백화점에서 파는 겁니다.

[브랜드 의류업체]

"소비자를 기만하고 물론 잘못된 행동이죠. 브랜드 입장에서 당장 돈이 보이잖아요. 매출을 올려야 하고…"

명백한 속임수 판매입니다.

하지만 라벨갈이는 의류 판매시장에서 이미 뿌리깊게 자리 잡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관행이 얼마나 활개를 치고 있는지 다시 현장을 찾았습니다.

동대문 도매상가에서 2만 8천 원에 살 수 있는 여성용 상의입니다.

서울의 유명 백화점에 가보니 같은 옷이 한 브랜드 매장에서 9만 9천 원, 게다가 같은 백화점 또 다른 매장에서는 12만 9천 원짜리 가격표를 달고 있습니다.

너도나도 라벨갈이를 하다 보니 여러 브랜드 업체가 똑같은 물건을 떼서 자기네 라벨을 붙여 파는 경쟁까지 벌어지는 겁니다.

[브랜드 의류업체]

"저희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게 아니라 그 사람 (도매상)들이 어디다 파는지까지 컨트롤할 수가 없어요."

업체들은 직접 만드는 것보다 저렴한 옷을 사다가 브랜드만 붙여 파는 게 훨씬 이익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속임수 판매가 업체 전략이 된 셈입니다.

[브랜드 의류업체]

"(구입과 자체제작 비율이) 저희는 한 6:4, 5:5 정도. 제가 입사했을 때부터 20년 전부터 진행했던 방법인데. 백화점에 가면 알만한 브랜드는 다 그렇게…"

입점 매장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백화점은, 이런 관행을 알고 있지만 통제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방치하고 있습니다.

브랜드와 백화점이라는 그 화려함에 가려진 속임수가 지금도 확산 중입니다.

MBC뉴스 신정연입니다.(신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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