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낮다고 방치? 죽음으로 내모는 아토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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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5.10.15. 오전 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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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황보람 기자] [[the300][런치리포트-몸과 법②:궁극의 가려움 아토피(1)]]

#1 지난해 1월 부산에서 30대 주부가 아토피 피부염을 앓던 딸을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이 주부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딸의 아토피가 호전되지 않자 죄책감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2 같은해 대구에서도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통받던 고등학생(16)이 자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학생은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아토피 피부염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고 또래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등 정신적 고통까지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토피(Atopy)란 '비정상적인 반응'·'기묘한'·'뜻을 알 수 없는'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됐다. 원인을 규명하기 어려워 치유과정 또한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아토피 피부염'은 자살로까지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병임에도 불구하고 '치사율'이 낮다는 이유로 정부의 관리 감독이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에서는 '생애주기별 지속적인 알레르기 예방관리'를 내세우면서도 현실적인 대안 마련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조사한 2007년~2012년 사이 국민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 분석 결과, 아토피 피부염이 중증으로 악화돼 입원치료를 받은 환자의 수는 매년 평균 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 아토피 피부염은 발병과 악화에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는 '다인성 복합질환'으로, 면역기능 이상이 발병에 핵심적으로 작용한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의 경우 20여년 전부터 산업화를 겪으면서 알레르기 질환이 2배~3배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발병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러한 알레르기 질환이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치유되는 '단순질환'이 아니라 천식이나 비염 등으로 순차적·복합적으로 발전하면서 '알레르기 행진'을 일으키는 '평생질환'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치사율은 낮지만 사실상 인간적인 삶을 가로막는 치명적인 병인 셈이다.

아토피 피부염은 주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정부 주도의 체계적인 환경 관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다. 특히 소아 및 청소년의 경우 보육기관이나 학교 등 상당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의 환경 관리가 중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일찍이 알레르기 질환의 폭발적 증가를 경험한 호주에서는 1994년부터 ‘천식안심학교' 보급을 시작했다. '천식안심학교'에서의 천식발작 감소와 학습능력 향상 등 성과가 입증됨에 따라 미국과 영국, 뉴질랜드 등에서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보건복지부가 2007년 5월 '아토피·천식 예방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아토피·천식 안심학교'를 운영중이다. '안심학교'는 2008년 18개소로 시작해 2015년 1568개소로 꾸준히 증가했다.

안심학교는 건설 초기부터 교내 공기 및 온도, 습도를 고려해 설계하고 교사들의 아토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등 아토피 환아들을 위한 맞춤 시설로 운영된다. 하지만 여전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고 그나마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손에 꼽힌다는 의견이 나온다.

아토피 질환을 관리할 수 있는 근거 법안 처리도 제자리걸음이다.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이 2012년 대표발의한 '만성질환관리법안'은 '만성질환'을 명확히 정의하고 이를 감시 및 예방·관리할 수 있는 '만성질환센터'를 지정하는 방안 등을 담았다.

하지만 각종 '암'을 제외하고는 만성질환을 뚜렷하게 규정하지 못한 현행 질병 체계에서 아토피나 천식 등을 아우르는 만성질환 법안을 마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법안은 한차례도 논의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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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람 기자 bridg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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