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즐기는 무릎 명의가 설명하는 등산과 관절염
평소에 건강을 자부했던 필자는, 몇해 전 건강검진에서 당뇨 초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건강 관리를 위해 등산을 시작했는데 산에 오를 때 보는 멋진 풍경이 좋고, 기분도 좋아져 인근의 낮은 산에서 시작해 나중에는 100대 명산을 찾아다니며 등산을 즐기게 됐다. 어렵다는 지리산 종주, 설악산 공룡능선 등반도 완주 할 만큼 등산을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체중도 줄었고, 혈당도 정상이 되었다. 처음 등산을 시작할 때 보다 숨도 덜 차고, 더 건강해진 덕분인지 수술을 집도할 때에도 체력이 좋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운동은 기본적으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많다. 하지만 일부 질환에서는 증상을 악화시키는 만큼 가려서 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필자가 즐기는 등산은 관절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이율배반적인 면이 있다. 그러다보니 등산을 해야 하나 말아햐 하나 환자들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 건강을 위해 등산을 시작하고 보니 주위에도 건강을 지키려 등산을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등산 후 오히려 관절염이 악화됐다는 사람, 특히 산을 내려올 때 다리에 힘이 없어 급하게 뛰듯이 내려오다가 십자인대, 반월상연골 파열 등 무릎에 심각한 손상을 입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되었다. 진료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운동 후 무릎 통증으로 병원에 오는 환자들이 많고, 특히 높은 산을 오르다가 통증이 심해졌다는 사람,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따가 걸어 내려왔는데 그때부터 무릎이 쑤시고 아픈 증상이 시작됐다는 환자들도 많았다. 반대로 관절염이 있던 환자가 운동을 시작 한 후부터 아프지 않게 되었다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면 노후에 운동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혼돈에 빠지는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산에 다녀온 후 무릎이 아픈 이유는 무릎 관절로 가는 압력이 평지와 오르막, 내리막, 걸을 때와 뛸 때가 다르기 때문이다. 평상시 걸을 때는 체중의 1.3배 정도의 하중이 무릎에 실리지만 뛸 때는 체중의 2배가 실리고, 계단을 오르거나 내릴 때, 가파른 산 등산 시에는 5~6배까지 늘어나게 된다. 그 때문에 무릎 관절에 통증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반면 운동 후 관절염이 완화되었다면, 근육의 강도를 늘리면서 관절이 안정되고, 관절로 가는 충격을 근육이 흡수하면서 통증이 완화됐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등산을 즐기는 사람으로서의 경험과 의사로서의 전문적 식견으로 봤을 때, 근력이 떨어지는 노후에 하는 등산은 의지와 열정으로만 시작해선 안된다. 첫째, 무리한 산행은 하지 말아야 한다. 동네 야산부터 시작해 난이도를 아주 조금씩 높혀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젊은 사람이 뛰어다닌다고 따라하지 말고 본인 체력에 맞추어 페이스 조절을 잘 해야한다. 둘째,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피곤할 때에는 산행을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다리에 힘이 없을 때 산행을 할 경우, 다리에 안정성이 없어 십자인대나 반월상연골에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수술적 치료를 해야 할 수도 있다. 그 밖에도 심장에도 심각한 무리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자신의 체력에 맞는 등산을 해야 한다. 셋째, 적절한 장비를 갖추고 등산을 해야 한다. 미끄러짐을 방지해 무릎에 안정성을 주는 등산화는 필수다. 땅을 짚을 수 있는 스틱은 체중으로 인한 하중을 30% 정도 줄여줘 무릎에 부담을 덜 준다. 그 외에도 등산 전에는 반드시 스트레칭을 하고, 보폭은 평지보다 줄이며, 산을 오를 때 상체를 약간 숙이는 것이 좋다. 그래야 몸에 오는 부담을 덜 수 있다.약하게 관절염이 있는 사람이라도 관절 주의 근력이 향상되고, 심폐 기능이 향상되는 정도의 등산이라면 권장할 만하다. 그러나 무리한 등산은 관절염을 악화시키거나 심각한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을 절대 잊어선 안된다. 이러한 점들이 준비된다면 노후에도 충분히 등산을 즐길 수 있다. 산에 올라본 사람은 안다. 등산을 할 때 산의 높고 낮음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산 아래 펼쳐진 자연을 보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는 것을 말이다. 등산을 즐기는 무릎 명의는 오늘도 산을 오르며 세상 사람들의 무릎 관절을 걱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