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가 발주한 LNG 운반선 103척의 건조 주문을 현대·대우·삼성 등 한국 조선 3사가 싹쓸이 수주했다. 수주 금액은 23조여원으로, 2009년 21조원 규모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를 능가하는 역대 최대의 해외 수주 기록을 세웠다. 중국 업체 등과 경쟁했으나 압도적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발주 물량을 싹쓸이하는 데 성공했다.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 운반선은 1980년대까지 일본 조선사들이 장악해왔지만 국내 조선사들이 각고의 연구개발 끝에 일본을 뛰어넘는 데 성공했다. 일본 조선사들은 퇴출당했고, 한국 조선 3사는 LNG 운반선 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대형선 점유율은 95%에 이른다.
이번 수주는 제조업의 살길이 '기술 초격차'뿐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모든 선진국이 자국 기업의 기술 우위를 국가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은 군사용으로 개발한 첨단 기술을 기업들에 이전해 상업화하는 군·산(軍産) 복합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중국은 '기술굴기'란 목표 아래 반도체·인공지능 등의 전략산업에 국가 자원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한국 경제의 재도약은 기업의 기술혁신 역량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구개발을 제약하는 각종 규제를 거둬들이고, 한정된 자원을 기술력 우위를 가진 기업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도 기술 우위를 가진 기업, 기술 초격차를 만들 잠재 역량 있는 기업에 우선 지원돼야 한다. '기술 초격차' 없이는 값싼 중국산에 밀릴 수밖에 없다. 코로나 이후 펼쳐질 글로벌 산업 주도권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인 주 52시간 근무제로 '기술 초격차'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기업·국책 연구소는 밤만 되면 불 꺼진 사무실로 변하고 있다. LNG선 기술 초격차가 주 52시간제로 만들어질 수 있었겠나. 업무 특성에 맞는 방식으로 주 52시간제를 빨리 유연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