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지구촌이 충격과 공포에 빠진 가운데 해외에서 생활필수품 사재기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영국 스페인 등에선 마트 문을 열기 전부터 식료품을 사려는 인파로 북새통이고 세계 1위 경제대국인 미국에선 마트 진열대가 텅 빈 채 '품절' 안내문만 붙어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영국의 한 간호사는 "의료진이 먹을 것을 구할 수 없다"며 사재기를 멈춰달라고 눈물로 호소하는가 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의료용 물품 등을 사재기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이를 엄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사재기 현상이 아직 발생하지 않고 있다. 외신들도 "한국 국민들이 의연한 자세로 대처하고 있다"며 놀랍다는 반응이다. 한국이 '사재기 청정지역'이 된 것은 과거 사스와 메르스 확산 때 체감한 학습효과 때문이다. 국민들이 당시 전염병 사태에도 생필품을 얻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던 데다 유통업체들 역시 재고를 충분히 비축하면서 불안 심리가 희석됐다. 국내 대형마트와 쿠팡· 마켓컬리 같은 이커머스 업체들의 온라인 배송과 물류시스템의 공도 크다. 언제든지 생필품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사재기 유혹을 잠재우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월 온라인쇼핑 상품거래액은 9조1675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불편 없이 온라인쇼핑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은 사업 초기 엄청난 적자를 내면서도 온라인 배송시장을 일군 이커머스 업체들 덕분이다.
국내 바이오 기업과 민간 의료진의 노력으로 코로나19 피해규모를 크게 줄인 것도 사재기 방지에 일조했다. 이 기업들은 선제적인 대응으로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오기 전에 하루 13만명을 6시간에 검사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했고 이제는 수출까지 하고 있다. 세계적 호평을 받은 '드라이브 스루' 검사방식 또한 일선 의료진의 아이디어에서 나왔고, 정부의 허술한 위기관리 능력이 드러난 '마스크 대란' 역시 기업들이 24시간 공장을 풀가동해 수습했다. 결국 성숙한 국민의식과 기업의 저력이 한데 모여 '사재기 없는 나라'를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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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사재기 없는 나라`, 다시 보는 국민의 저력
- 입력 :
- 2020-03-25 0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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