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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들이 납득 못하는 국민연금의 제멋대로 블랙리스트

입력 : 
2020-02-14 0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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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313개 상장사 중 56개사의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일반투자 분류는 상법·자본시장법·국민연금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이번에 처음 도입됐다. 이전에는 보유 목적이 '경영권 영향 목적'인 경우와 '경영권 영향 목적 없음(단순투자)' 두 가지뿐이었는데 그 중간 단계로 '경영권 영향 목적 없는 일반투자'를 둔 것이다. 단순투자는 주총 안건에 대해 의결권만 행사하는 데 비해 일반투자는 배당 및 보편적 지배구조 개선 관련 주주 활동을 할 수 있다. 정관 변경이나 위법행위 임원에 대한 해임 청구 등이 여기에 들어간다.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바뀐 기업은 국민연금 눈치를 더 봐야 하므로 달가울 리 없다. 업계에선 일종의 '블랙리스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런데 선정 기준이 주먹구구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이 일반투자 기업에 대해 취할 수 있는 대표적 조치가 배당 확대 요구다. 지난해 배당이 적다고 국민연금으로부터 지적받은 기업 9곳 중 8곳은 이번에 일반투자 기업으로 전환되지 않았다. 8곳 모두 특별히 배당 성향이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그렇다. 오히려 올해 1월 국민연금이 "배당 정책에서 개선이 확인됐다"고 확인한 남양유업만 일반투자로 분류됐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최대주주인 공기업이 일반투자에서 빠진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같은 금융그룹 중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KB금융은 일반투자로 분류된 반면 우리금융지주, 기업은행 등 정부 지분이 있는 회사는 빠졌다. 배당 성향으로 치면 민간 금융사들이 더 높다. 국민연금은 기업 배당 정책이 합리적인지를 판단함에 있어 단순히 배당 성향 수준만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고 해명한다. 물론 배당 성향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어떤 기준이든 시장과 기업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56개사 면면을 보면 시가총액 상위 기업이라는 것 말고는 이렇다 할 기준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민연금의 보유 목적 분류가 이렇게 불투명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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