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국·은숙 남매 설립 팔찌회사…어르신에 제작 맡기고 판매액 5%는 기부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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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0-20 07:50  |  수정 2015-10-20 07:50  |  발행일 2015-10-20 제12면
소외계층에 도움 일석이조 경영
재료 갖다주며 노인들 돌보기도
신봉국·은숙 남매 설립 팔찌회사…어르신에 제작 맡기고 판매액 5%는 기부
소외계층에 희망을 주고자 팔찌제작회사를 설립한 신봉국·은숙 남매가 사내 디자인실에서 실팔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상주]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노인의 자살률과 빈곤율이 1위라는 뉴스를 여러 번 접했습니다. 결국은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난해서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쪽으로 해석했습니다. 일자리만 마련해 드려도 비극적인 생각을 덜 하시지 않을까요?”

신봉국(28)·은숙(26·상주시 개운동) 남매가 최근 설립한 팔찌제작회사 마르코 로호가 지역 사회에서 잔잔한 감동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마르코 로호는 동방견문록으로 유명한 마르코 폴로와 정신이라는 뜻의 아프리카어 로호를 결합시킨 말이다. 도전정신을 의미한다. 회사 설립 취지는 할머니와 어려운 이웃이 팔찌를 만들고 회사가 이를 판매하여 소외계층에 기부하는 것. 숭고한 봉사정신과 열정이 돋보이는 기업정신이다. 봉국씨는 이를 위해 3년간 몸담았던 초등학교 교사직도 내던졌다.

경북대에서 노인복지를 전공한 은숙씨는 패션디자인 공부를 열심히 해왔다. “오빠가 마르코 로호 사업 아이템을 설명했을 때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같이 한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평소 복지와 패션디자인을 접목시켜보자는 생각이 있었는데 저에게 딱이었습니다.”

마르코 로호의 생산품은 요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열풍이 일고 있는 실팔찌다. 물이 스며들지 않는 남미산 실을 수입해 할머니들의 손을 거쳐 패션 팔찌를 만드는 것이다.

“할머니들은 거동이 힘들기 때문에 한 곳에 모여 작업하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실과 재료를 노인회관이나 댁으로 가져다 드리고 제작된 팔찌를 가져오는 식입니다. 만드는 방법도 방문해서 가르쳐드립니다.”

노인들이 사는 집에는 젊은 사람의 손이 필요한 일이 많다. 팔찌 일로 방문하면 전구도 갈아주고 무거운 물건도 운반해 준다. 자연스레 ‘노인돌봄’을 하게 된다. 현재 상주시 서문동 노인회관과 남성동·냉림동 등지의 할머니 10여명이 함께 일을 하고 있다. 매출이 늘어나면서 할머니들의 일손도 더 필요하다.

마르코 로호 팔찌의 특징은 땀에 젖지 않아 곰팡이가 생기거나 상하지 않는 것이다. 더 큰 특징은 판매와 동시에 기부가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소비자가 인터넷 몰에서 팔찌를 사면, 결식학생이나 장애인 등 기부 희망 대상을 지정할 수 있다. 구입대금의 5%가 그들에게로 간다. 팔찌를 구매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할머니들의 일자리가 늘고, 그만큼 기부금도 더 늘어나게 된다.

봉국·은숙 남매의 꿈은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글·사진=이하수기자 songa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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