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민주·국민의당, 경쟁과 공조로 수권능력 입증해야

4·13 총선에서 제1당에 오른 더불어민주당과 3당이 된 국민의당이 세월호특별법 개정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기간은 20대 국회 개원 직후인 6월 말까지로 돼 있다. 그동안 여당이 특조위 활동을 무력화하려 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두 야당이 20대 국회에서 조사 기간을 연장하고 권능도 확대하면 참사의 실체적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두 야당의 총선 공약 중에는 공통분모가 많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테러방지법 독소조항 개정 등 훼손된 민주주의를 회복시키려는 조치들이 대표적이다. 누리과정 예산 전액 국가부담 등 복지 공약, 대기업·중소기업 간 이익공유제 등 경제민주화 공약, 청년구직수당 지급 등 젊은 층을 위한 공약도 있다. 20대 국회에서 의회권력이 야당으로 넘어간 만큼, 이제 두 야당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공약을 실천할 수 있게 됐다. 야당의 역할과 책무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커졌다는 뜻이다.

그동안 야당의 역할을 놓고 정권 견제를 중시하는 ‘강한 야당론’과 정책·대안을 중시하는 ‘대안 야당론’이 맞서왔다. 야당은 주로 전자에 기대온 게 사실이다. 박근혜 정권의 오만과 폭주가 워낙 두드러진 탓에 대여 투쟁만으로도 존재감을 부각하는 일이 가능했다.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여소야대 정국으로 인해 야당은 새로운 위상을 찾아야 한다. 국정을 주도하고, 때로는 책임도 나눠 져야 한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모두 이 같은 점을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는 지난 15일 “뭘 해야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할지 냉철하게 되짚어봐야 한다”며 “이번 선거에서 내세운 공약과 다른 당의 공약을 철저히 검토해 무엇이 나라를 위해 올바른 길인가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도 어제 “국민 눈높이에서 모든 일을 판단하고,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두 야당은 이제 시험대에 올라섰다. 이번 총선에서 시민들이 특정 정당의 독주를 허락하지 않고 의석을 배분한 점을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양당 사이에선 경쟁과 공조, 새누리당과의 관계에선 견제와 협상을 병행하며 공약을 하나씩 실행에 옮겨가야 한다. 더민주는 원내 2당일 때와는 달라진 정치력과 전략적 사고를 갖춰야 한다. 국민의당도 모호한 줄타기나 다른 정당의 ‘2중대’ 행보 대신 분명한 정체성을 보여줘야 한다. 정의당·녹색당 등 원내외 소수정당 의견을 수렴해 필요한 부분은 입법에 반영하는 일도 두 야당 몫이다.

그렇다고 민주주의와 민생을 후퇴시키는 법과 제도에 눈감으라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이념논쟁’에 휩쓸릴까 섣불리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민주주의를 흔드는 사안에는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되, 합리적 대안까지 제시하면 된다.

현 정권의 집권 기간은 1년10개월가량 남았다. 그러나 대선 캠페인이 본격화하는 시점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1년6개월 남짓이다. 각 야당은 그 시한 내에 어떠한 집권 비전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고, 그 비전을 현실화할 구체적 역량도 입증해야 한다. 두 야당은 총선에서의 약진이 스스로 잘해서가 아님을 알고 있을 터이다. 여소야대 구도는 박근혜 정권에 분노한 민심이 던진 ‘숙제’일 뿐이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강력하고 유능한 대안야당·수권야당으로 거듭남으로써 시민에게 보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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