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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동맹 걱정 많은데 주한미군기지 반환이 그리 급한가

입력 : 
2019-09-02 0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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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지난달 3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용산 등 미군기지 26곳의 조기 반환과 평택기지(캠프 험프리스)로의 조기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글쎄, 우리는 한국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최근 한미동맹 균열을 놓고 걱정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에 공개적인 요구를 할 만큼 '미군기지 조기 반환'이 시급한 사안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청와대 발표를 놓고 일각에선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대등하게 끌고 가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미군기지 반환 문제는 보통 한미 간 사전 조율을 충분히 거쳐 가을에 열리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공동 발표하는 것이 관례다. 지금처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독도 방어훈련에 대한 미국의 이례적인 불만 표출로 한미 관계가 얼어붙은 시기에 정부가 10년도 더 된 기지반환 문제를 꺼내든 것은 미국에 대한 '맞대응' 조치라는 오해를 불러와 한미 갈등만 심화시킬 공산이 크다. 미군기지 조기 반환으로 용산의 한미연합사 본부까지 평택으로 이전하게 되면 서울 등 수도권 방어전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한미연합사 이전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간 연계로 1978년부터 연합사령관이 행사했던 전작권을 우리가 떠맡을 경우 그동안 미군에 주로 의존해온 대북 감시·정찰 정보의 공백도 우려된다.

한국이 동북아시아 안보의 외톨이가 된 마당에 주한 미국대사에 대한 경고성 발언과 미군기지 반환 요구 등 잇단 강경조치는 우리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우리 안보와 국익에 맞지 않는 미국 요구에 정부가 할 말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동맹보다 국익이 우선"이라는 명분에 사로잡혀 섣부른 감정적 대응으로 마찰을 증폭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난마처럼 얽힌 현안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려면 동맹이 국익이라는 실용적 접근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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