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목) 근대법학교육백주년기념관(84동)에서 ‘총장선출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총장선출제도 평가 및 개선 소위원회’(소위원회) 산하 연구진이 지난해 10월부터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총장선출제도 개선안이 발표됐다. 연구진에서 발표한 총장선출제도 개선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 위원 정원을 50명으로 증원 △총추위 위원 전원의 평의원회 추천(이사회 추천 인사 3인 이상 포함) △총추위 총장후보자 선정결과 후보자 순위 공개 등이 포함돼 있다.

이날 공청회는 현행 총장선출제도에 대한 소개와 이에 대한 평가로 시작됐다. 현행 총장선출제도는 총추위에서 5인의 총장예비후보자를 선정하고 정책평가단의 정책평가와 총추위의 평가를 합쳐 총장후보자 3인을 이사회에 추천해 이사 과반수의 표를 얻은 후보자를 총장으로 선정한다. 연구진에 참여한 홍기현 교수(경제학부)는 “지난 총장선출 과정에는 학내 구성원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으며 선출제도 결정과 선거 일정이 동시에 진행돼 총장 선거가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비판을 받았다”며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명확히 파악하고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세부절차를 가능한 한 분명히 규정해 논란을 방지한다는 원칙을 두고 개선안 연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총추위 관련 현행 제도에 대해 총추위 정원을 현행 30명에서 50명으로 늘리고 평의원회에서 총추위 위원 전원을 추천하되 이사회가 평의원회에 추천하는 인사 3인 이상을 포함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토론 참가자들은 총추위 권한 강화의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했으나 총추위의 권한이 비대해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을 보였다. 토론에 참가한 김재형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총추위의 정원 수를 늘리면 총장선출 기구로서의 대표성은 확보할 수 있겠지만 총추위의 권한이 비대해 질 수 있다”며 “정책평가단의 의견이 총추위에서 비중있게 다뤄지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홍기현 교수는 “정책평가단의 인적 구성을 다양화하고 반영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학내 구성원의 의견이 선출 과정에 중요하게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조교와 부설학교 교원도 서울대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이들을 정책평가단에 포함시키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무팀은 “법률과 정관에서 총추위의 총장후보자 추천권을 명시하고 있지만 총추위가 총장후보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정책평가의 반영비율을 지나치게 크게 정하는 것은 총추위의 추천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총장선출 과정에서 이사회가 갖는 권한에 대해서는 토론 참가자들의 주장이 엇갈렸다. 연구진은 이사회가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에서 추천한 2명의 총장후보자에 대해서만 최종투표를 진행하도록 하는 안을 제시했다. 토론에 참석한 기초교육원 이정구 행정지원팀장은 “교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여론조사의 결과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이사회에서 총장을 선출하는 것에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총추위가 이사회에 총장후보자를 추천한 후 총추위가 이사회에 추천한 1순위 후보자의 적격성을 검증하고 총추위의 추천결과를 추인하는 방식과 총추위가 총장후보자 2인을 이사회에 추천하되 이사회는 1순위 후보자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해 이사 과반수가 찬성하면 1순위 후보자를 총장으로 선출하고, 1순위 후보자가 이사 과반수의 표를 얻지 못할 경우 두 후보를 두고 결선 투표를 진행해 총장을 선출하는 방식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대표로 토론에 참가한 김재원 씨(법학전문대학원 석사과정·12)는 “총장 선출과 관련된 각 기구의 상호 견제는 필요하지만 학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개선안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평의원회의 총추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이사회의 권한을 축소해 총장선출제도를 개선하는 방안보다 총장선출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총장선출 과정에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총장선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정구 행정지원팀장은 “부산대를 포함한 26곳의 국립대는 학생들이 총장선출 과정에 참여하도록 정관에 명시했다”며 “이를 참고해 학생대표를 정책평가단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원 씨도 “인천대 역시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됐으나 학생대표가 총장선출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며 “학생을 배제한 총장선출제도 개선은 완전한 학내 민주주의의 실현이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 사진: 김명주 기자 diane1114@snu.kr

한편, 공청회에 앞서 학생들은 이번 공청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사회를 맡은 사회대 김상연 학생회장(사회학과·12)은 “이번 개선안은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배제한 채 만들어졌으며 여론조사에서도 학생들은 배제됐다”며 “학생들도 대학의 동등한 구성원인 바, 학생을 배제하고 만들어진 총장선출제도 개선안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장인하 씨(교육학과·09)는 “대학 운영에 있어 총장은 막대한 권한을 갖고 있지만 총장선출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은 반영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총장이 약속한 것처럼 학내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조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은 개선안 연구 과정과 학내 여론 조사 과정에 학생들이 배제된 것을 규탄하는 성명문을 읽고 피켓시위를 진행한 후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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