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구성 쟁점된 법사위 개혁, 일하는 국회법으로 매듭지으라

2020.06.08 03:00 입력 2020.06.08 03:01 수정

여야의 원구성 협상이 7일에도 으르렁대다 공전했다. 국회법이 정한 상임위원장 선출 시한(8일)을 하루 앞둔 휴일에 박병석 국회의장이 주재한 원내대표 담판도 평행선을 걷다 끝났다. 박 의장은 8일 정오까지 각 당에 국회 상임위 선임 요청안을 제출해달라고 했다. 국회 개원이 늦어지면 직접 원구성을 결단할 수 있음을 고지하고 여야 협상을 압박한 것이다. 그러나 양보안을 가져오라고 요구받은 이날도 여당은 ‘법대로’, 야당은 ‘관행대로’를 고집하다 돌아섰다. 지난 5일 제1야당이 퇴장한 채 ‘반쪽 개원’한 대치가 길어질 수 있어 우려스럽다.

여야의 배수진은 줄곧 법제사법위원회에 처져 있다. 법사위 체계·자구(字句) 심사 폐지를 다투던 갈등이 법사위원장을 누가 맡을지로 확전됐다. 177석의 더불어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를 만들라는 총선 민의가 우선”이라며 법사위를 더 이상 국회 발목을 잡는 ‘상전 상임위’로 둘 수 없다고 주장한다. 미래통합당은 “정부·여당 견제를 위해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맡아온 게 관례”라며 체계·자구 심사권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여도 야도 법사위라는 외나무다리에 올라선 채 서로 먼저 비키라는 ‘치킨게임’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의 핵심과 답은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규정에 집약돼 있다. 이 심사권은 2대 국회 때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이 다른 상임위 법안과 충돌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국회의 법 지원체계가 부족할 때 만든 규정은 법사위가 법안 내용까지 간여하거나 정치적 이유로 법 통과를 막아서는 월권 시비를 낳았다. 법사위를 전쟁터로 만든 이 규정은 야당이 1당이던 19대 국회에서도, 여당이 1당인 20대 국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법사위 갑질에 국회도 입법 절차도 올스톱되는 관행은 바로잡을 때가 됐다.

민주당이 당론 1호 법안으로 추진하는 ‘일하는 국회법’엔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폐지가 담겨 있다. 자구 심사 기능은 국회 내 전문기구에 넘기고, 법사위는 오로지 사법위원회로 만들자는 것이다. 민주당은 원구성 목표가 ‘힘뺀 법사위’인지, ‘여당 법사위원장’인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일하는 국회가 되려면 여야 어느 쪽이 위원장을 맡아도 과거와 180도 달라질 ‘힘뺀 법사위’를 만드는 게 맞다. 법사위 개혁은 일하는 국회법으로 매듭짓고 그 전제 위에서 여야는 협상으로 상임위 원구성을 마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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