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초제' 명맥 잇는다…명품소리 차복순 명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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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3.11.29. 오전 7:22
김진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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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하는 차복순 명창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오는 30일 생애 네번째 판소리 완창에 도전하는 차복순 명창. 고(故) 김연수 명창이 창시한 동초제의 명맥을 잇는 차 명창은 차세대 전통 판소리 주자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2013.11.29 <<지방기사 참조>> chinakim@yna.co.kr

판소리 춘향가 완창 공연…생애 4번째 완창

"소리와 이론 겸비한 명창되는 것이 목표"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쑥대머리 구신형용 적막옥방의 찬 자리에 생각난 것이 임뿐이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 국악 연습실에서 애 끓는 듯한 판소리 춘향가 '옥중가'의 한 자락이 흘러나왔다.

문외한(門外漢)이 듣기에도 상당한 내공이 느껴지는 소리의 주인공은 오는 30일 생애 네 번째 판소리 완창에 도전하는 차복순(39) 명창.

차 명창은 2000년 심청가를 시작으로 2005년 흥보가, 2012년 수궁가 완창을 마친 실력가다.

그는 판소리 다섯바탕 완창을 목표로 올해 생애 네 번째 완창회를 연다.

차 명창은 여러 판소리 계파 중 고(故) 김연수(1907∼1974) 명창이 창시한 '동초제(東超制)'의 명맥을 잇고 있다.

동초제는 여러 판소리 명창들의 소리 중 좋은 점만 골라 재탄생시킨 판소리 계파로 동편제, 서편제, 만정제, 박녹주제, 보성제 등과 함께 국내에서 세가 큰 판소리 계파 중 하나다.

차 명창이 소리를 시작한 것은 25년 전. 판소리의 본고장인 남원에서 자란데다 소리를 좋아하셨던 아버지와 장구를 좋아하셨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판소리에 입문하게 됐다.

그는 "처음에 판소리를 하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을 때 반대가 매우 심하셨다. 당시만 해도 소리 하는 것을 곱지 않게 보신데다 전문적인 소리꾼의 길을 간다는 것을 마음에 들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판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벅차올랐고 판소리가 운명 같이 내게 다가 왔다"며 판소리를 시작하게 된 이유를 털어놓았다.

동초제 명맥 잇는 차복순 명창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오는 30일 생애 네번째 판소리 완창에 도전하는 차복순 명창. 고(故) 김연수 명창이 창시한 동초제의 명맥을 잇는 차 명창은 차세대 전통 판소리 주자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2013.11.29 <<지방기사 참조>> chinakim@yna.co.kr

부모의 반대에도 차 명창은 20살이 되던 해, 스승인 이일주 명창을 찾아 본격적으로 판소리 공부에 매달렸다.

이 명창은 김연수 명창과 그의 제자 오정숙 명창에 이어 3대째 동초제를 이어가는 판소리의 대가로 차 명창을 도제식으로 훈련했다.

차 명창은 "아마 제가 도제식으로 훈련을 받은 마지막 세대일 것"이라며 "5년간 스승님과 함께 살면서 소리에 푹 파묻혀 살았던 것 같다. 스승님의 소리를 듣고 일어나고 스승님을 찾는 소리꾼들을 만나면서 판소리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 전주대사습놀이 일반부와 임방울국악제 명창부에서 장원을 차지하며 최연소로 명창 반열에 올랐다.

소리에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차 명창이지만 그에게도 험난한 세월이 있었다.

그는 "결혼을 하고 두 딸을 낳으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소리를 하는 사람에게 출산과 육아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몇 배는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한 때는 소리를 포기할 생각까지 했는데 스승님이 끝까지 붙들어 주신 덕분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당시의 심정을 밝혔다.

차 명창은 현재 제자를 양성하는 바쁜 일상 중에 전북대학교 대학원 한국음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동리 신재효 선생과 동초제를 창시한 김연수 명창의 뜻을 이어 소리와 이론을 겸비한 명창이 되고 싶다"면서 "또 점차 퓨전화하는 현대 국악에 전통 판소리의 중요성도 알리고 싶어 소리와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 명창의 최종 목표는 1920∼1930년대에 불리던 판소리의 원형인 '고제(古制)'를 복원·연구하는 것이다.

그는 "판소리는 일본 식민지시대를 거치면서 온갖 핍박을 받았다. 이를 온몸으로 이겨내며 소리를 지켜 온 분들의 소리는 현대의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점차 퓨전화하고 현대식으로 개량되는 판소리도 좋지만 판소리가 진정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판소리의 원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고제를 복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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