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평인 칼럼]성남 이재명의 ‘스크루지 농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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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철거민의 도시였던 성남… 지금은 전국 최고 부자 도시
매해 잉여금 6000억 원 넘어… 경기도의 잘못된 조례로
매년 부당지원 받는 돈 1000억원… 이 시장이 가난한 이들 위한다면
가난한 시군에 돌려주는 게 맞다

송평인 논설위원
송평인 논설위원
이재명 성남시장이 “정부가 매년 성남시 돈 1051억 원을 뺏아가려 한다”고 주장하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주일 넘게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그의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정부가 지원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재정이 넉넉해서 정부 교부금을 주지 않는 불교부(不交付) 지방자치단체가 기초단체 시군 중에는 경기 성남 수원 용인 화성 고양 과천시 등 전국에 단 6개가 있다.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니까 경기도가 지원할 필요도 없지만 실제로는 지원한다. 문제는 경기도내 다른 25개 시군보다 이들 6개 도시에 더 많은 돈이 지원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불합리한 상황은 이들 6개 도시에 경기도 교부금을 우선 배분한다는 경기도의 이상한 조례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경기도 교부금 2조6000억 원 중 52.6%인 1조4000억 원이 이들 6개 도시에 배분됐다. 이 조례가 없었다면 이 중 5244억 원은 다른 25개 시군에 배분됐을 것이다. 정부는 지금 이 조례의 근거가 된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고치려 한다.

인구가 비슷한 성남과 부천을 비교해 보면 경기도의 교부금 배분이 얼마나 불합리한지 알 수 있다. 2015년 성남시의 자체 수입은 1조80억 원, 부천시의 자체 수입은 5799억 원이다. 인구는 성남시가 14% 많을 뿐이지만 자체 수입은 73%가 많다. 여기에 더해 경기도로부터 받는 돈은 성남이 2545억 원이고 부천이 982억 원이다. 성남은 ‘불교부’ 단체이니까 정부로부터는 한 푼도 받지 않고 부천은 1155억 원을 받는다. 정부와 경기도의 교부금을 합치면 성남은 2545억 원, 부천은 2137억 원을 받는다. 여전히 성남이 400억 원 이상 많다. 성남이 자체 수입도 훨씬 많은데 외부에서 지원받는 돈까지 많다는 건 공정하지 못하다.

정부 교부금은 정부가 국세(國稅)로 거둬들인 돈의 일부를 나눠주는 것이고, 경기도 교부금은 경기도가 도세(道稅)로 거둬들인 돈의 일부를 나눠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시장이 정부가 뺏어간다고 주장하는 1051억 원은 굳이 뺏어가는 주체를 찾는다면 정부가 아니라 경기도다. 그렇다면 경기도가 뺏어간다는 건 사실인가. 그것도 아니다. 도세로 거둬들인 돈이니까 원래 경기도의 돈이다. 성남에 가서는 안 되는 돈이 잘못된 조례에 의해 성남으로 가고 있을 뿐이다.

성남의 세수가 1051억 원이 줄어들면 성남시가 모라토리엄 시절로 돌아갈 것이라는 주장은 거짓말이다. 기업으로 치면 순이익에 해당하는 순세계잉여금(純歲計剩餘金)이 성남의 경우 2014년 7400억 원, 2015년 6500억 원에 이른다. 수원 용인 화성 고양 과천도 부러워하는 액수여서 성남시가 쉬쉬하고 있다. 엄청난 돈을 남기면서도 ‘1051억 원이 줄어들면 축소·폐지될 수 있는 시민을 위한 사업들’로 ‘청년배당 중단’ ‘산후조리비 지원 중단’ ‘중학교 무상교복 지원 중단’ 등 40여 가지 사업을 거론하며 시민을 협박하고 있다.

이 시장은 2010년 취임하자마자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그는 자기가 시정을 잘해서 모라토리엄을 극복하고 잉여금을 쌓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시장의 모라토리엄 선언은 이전 시장들을 깎아내리기 위한 쇼였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길어 시민단체인 좋은예산센터 김태일 소장이 쓴 책의 한 구절만 인용하겠다. “성남시에서 겨우 5000억 원 때문에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것은 성급했다. 성남은 전국에서 가장 부유한 기초자치단체이기 때문이다.” 성남에는 호화 신청사를 짓는다고 펑펑 써댄 5000억 원을 충분히 갚을 만한 세수가 이미 그때부터 있었다.

철거민의 도시로 찢어지게 가난했던 성남이 부자도시가 된 것은 성남만의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니다. 정부와 경기도가 세금 감면 혜택이나 인프라 확충 같은 지원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멀리 분당 신도시 개발부터 가까이 판교 테크노밸리 조성까지의 혜택을 성남시가 독차지하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

경기도 교부금을 조정하는 것은 개인으로 치면 부유한 사람에게 잘못 간 세금 혜택을 가난한 사람에게 돌려주는 것과 같다. 이 시장은 입만 열면 가난한 사람들의 대변인인 것처럼 말해온 사람이 아닌가. 이 시장이 자신과 성남의 가난했던 옛 시절을 잊어버리고 못된 스크루지 행세를 해선 안 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이재명 성남시장#단식농성#경기도 교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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