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발언, 교육적 숙고 끝에 나온 건가

2019.10.22 20:38 입력 2019.10.22 20:39 수정

문재인 대통령이 대학입시에서 정시 비율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른바 ‘조국정국’에서 교육개혁 논의가 촉발된 이후 정부가 ‘정시 비율 상향’을 공식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정부·여당은 그동안 정시·수시 비율 조정에는 선을 그어왔다. 예상치 못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교육계와 학교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문 대통령은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민들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불공정”이라며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통령 발언은 그동안 정부나 당 차원의 공식입장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정시와 수시 비율을 조정하는 것만으로 불평등과 특권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지선다형 수능은 미래교육 방향과 맞지 않는다”며 정시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 시정연설 전날 국회 교육위원회 국감에서도 이런 입장에는 변화가 없었다. 지난달 18일 당정 교육개혁 관련 첫 연석회의 후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정시·수시 비율 조정 문제는 협의 자체에 포함될 수 없다고 본다고 정시확대론에 선을 그었다.

지난달 1일 대통령이 교육개혁을 주문한 이래 우리는 여러 차례 입시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면 안된다는 것과 교육적 효과를 먼저 고려할 것을 당부했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여러 면에서 우려스럽다. 우선 너무 잦은 대입 논의로 교육현장의 피로감이 누적돼 있다. 지난해 각계 의견을 들어 겨우 합의한 ‘2022년까지 정시 30% 단계 확대’ 방안이 아직 시행도 되지 않은 상태다. 정시 확대는 현 정부의 주요 교육 공약인 수능 절대평가, 고교학점제와 배치되고 공교육 정상화나 고교서열화 해소에도 도움이 안된다. 전 세계에서 수능과 같은 퇴행적 오지선다 선발시험은 사라져가고 있다. 원칙 없이 갈팡질팡하는 사이 문 대통령의 교육 분야 대선 공약은 누더기가 돼왔다.

대통령 시정연설 직후 교육부는 의견수렴을 거쳐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다음달 중 발표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때까지 성찰하기 바란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시 확대 방침이 교육적 숙고에서 나온 것인지, 파장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있었는지를. 입시를 정국돌파용 제물로 삼아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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